18일 광주구장. 두산 김현수는 전광판에 없었다. 경기 전 훈련도 안했다. 왼쪽 옆구리 통증 탓이었다. 지난 16일 LG전 3회 이진영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 하려다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옆구리 뿐 아니라 크고 작은 통증이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2위 추격자 두산에게 광주 KIA와의 2연전은 분수령 같았던 경기. 왠만하면 '무조건 Go'를 외치는 김현수. 그가 빠졌다. 통증이 꽤나 제법을 넘어 매우 심하다는 뜻이다. 가장 속상한 건 자기 자신이다. 임재철은 경기 전 "현수야, 2경기 그냥 쉬어. 우리가 해결할게"라는 농담으로 후배를 위로한다.
어느덧 시즌 막바지. 김현수에게는 참 많이 힘든 한 해다. 그가 담담하게 2012 시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의 얼굴에 문득문득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거다. 김현수의 기대 수준과 팬들의 기대 수준, 분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헐크 옷을 입었어야 했다."
"준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방법 선택이 잘못됐던 것 같다." 김현수는 올시즌을 이렇게 평가했다. 끊임 없이 100%를 추구하는 선수. 지난 겨울, 그의 화두는 '스피드와 정확성'이었다. "스피드를 늘려 도루를 많이해 보려고 했어요." 왜 그랬을까. "그게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타격의 포커스는 정확성.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히면 담장은 손쉽게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뭐든 체력이 필요했다. 체력 없는 주력 확대 시도가 과욕이었음을 깨닫는데 까지 꼬박 한 시즌이 흘렀다.
겨우내 김현수는 식단을 조절했다. 다이어트에 몰입했다. 10kg을 넘게 뺐다. "전지 훈련을 마쳤을 때 97kg 정도 나가더라구요. 빼도 너무 많이 뺀거였죠. 체지방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니까 시즌 중 체력이 딸리더라구요. 잘 맞은 타구도 펜스 앞에서 잡히더라고요." 잔 부상도 많아졌고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도 흔들렸다. "한마디로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있었던 거죠. 저는 헐크 옷을 입었어야 했던건데…." 김현수는 올 시즌 119경기 중 110경기에 출전, 타율 0.297, 62타점, 119안타를 기록 중이다. 그토록 의욕을 불 태웠던 도루는 6개에 불과하다.
"3할 압박에서의 해방"
시행착오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를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변증법적 발전 과정이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못 뀄다면 다시 풀어 제 자리에 맞게 꿰메면 된다. 김현수의 올 겨울 과제다. 중요한 건 올 시즌이 그에게 참 많은 깨달음을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장타력을 늘리려고도 시도했고, 반대로 정확도를 늘리려고도 해봤습니다. 시행착오를 했으니 내년에는 제 자리를 찾겠죠."
또 한가지 큰 깨달음이 있다. 3할 타율에 대한 마음 비우기. "그동안 너무 타율 3할에 구애 받으면서 야구를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았어요." 대한민국 최고 타자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5년. 정신적인 성숙이 덧씌워지고 있다. 어쩌면 김현수의 진짜 야구는 이제부터일지 모르겠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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