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레전드 선동열 감독(49)이 2011년 말 KIA 사령탑을 맡았다. 그는 2005년 삼성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을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0시즌을 마치고 6년 동안 이끌었던 삼성 감독에서 물러났다. 삼성 구단은 그 빈 자리에 선 감독 밑에서 코치를 지낸 삼성 레전드 류중일 감독을 앉혔다. 그는 보란듯이 지난해 삼성을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3관왕으로 이끌었다. 류 감독이 첫해 승승장구할 무렵, KIA는 야인이었던 선 감독과 3년 계약했다. 2012시즌을 앞두고 영호남의 진정한 맞대결 구도가 완성이 된 셈이다.
삼성팬들은 프로야구 초창기 한국시리즈에서 해태(KIA 전신)에 당했던 굴욕을 제대로 씻어주길 바랬다. 광주 토박이 선 감독을 맞은 KIA팬들은 과거 찬란했던 해태의 영광을 되찾아 주길 기대했다. 2009년 KIA가 모처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KIA는 국내야구의 주류에서 빗겨나 있었다.
올해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싱거웠다. 팬들의 바람 처럼 삼성과 KIA는 용호상박의 치열한 싸움을 펼치지 못했다. '사자(삼성)'가 '호랑이(KIA)'를 일방적으로 때렸다고 볼 수 있다. 20일까지 삼성은 KIA를 상대로 14번 맞붙어 10승3패1무로 절대 우위를 보였다. 삼성은 이번 시즌 KIA, LG(12승5패) 한화(13승6패) 넥센(12승6패)를 고양이가 쥐잡듯 일방적으로 잡았다.
현재의 KIA는 사실상 4강이 겨루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갔다. 반면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선두를 굳히며 우승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 직행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준비를 시작했다.
류중일의 삼성과 선동열의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충돌하는 건 국내야구가 연출할 수 있는 최고 볼거리 중 하나다. 그런데 올해는 그 시나리오가 사실상 힘들게 됐다.
과거 해태와 삼성은 3번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했다. 1986년과 87년, 그리고 93년, 해태가 모두 삼성을 제압하고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삼성은 86년과 87년 페넌트레이스 1위를 하고도 2위였던 해태에 발목이 잡혀 한국시리즈를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삼성은 해태 앞에만 서면 유독 작아졌다. 당시 삼성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해태의 주인공이 선동열 김정수 김준환 이종범 등이다.
93년 이후 두 팀은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해태는 97년을 마지막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탔다. KIA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검붉은 유니폼의 해태 시절 만큼의 공포감을 주지 못했다.
선 감독이 돌아온 KIA의 현 상황은 최강 삼성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인 팀 평균자책점(3.98<3.49)과 팀 타율(0.259<0.271)에서 KIA가 삼성에 한참 모자랐다.
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과거 삼성 사령탑 때 처럼 마운드 구축을 가장 먼저 했다. 승산이 높은 '지키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 였다. 삼성의 오승환 같은 마무리를 찾았지만 큰 소득없이 한 시즌이 다 지나갔다. 최강 선발 윤석민(8승7패)이 기대이하의 성적을 냈다. KIA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이범호와 최희섭이 2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KIA의 팀 홈런은 48개로 삼성(85개)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2013시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내년은 선 감독이 KIA에서 맞는 두번째 해다. 류 감독은 삼성과의 3년 계약이 내년말 끝난다. 둘 다 내년이 무척 중요한 해다.
KIA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 리빌딩에 구슬땀을 쏟을 것이다. 시즌 내내 무너진 투타 밸런스의 골이 깊다. 그래서 선 감독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은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쓸 것이다. 1년 뒤 삼성과 KIA가 충돌하는 한국시리즈가 성사될 수 있을까.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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