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 듯했던 전설들이 멀어져가고 있다.
역시 레전드라 불리우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올시즌 전반기만 해도 여러 대기록들이 새롭게 달성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시즌 종료를 앞두고 계속해서 희망을 품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기만 하다.
4할 타율을 향해 시즌 내내 힘찬 날갯짓을 했던 한화 김태균은 마음을 비웠다. 김태균은 20일 잠실 LG전에서 3타수 2안타를 치며 타율을 3할7푼7리로 끌어올렸다.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는 등 시즌 막판 조금이라도 타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4할 타율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김태균이 마지막으로 4할 타율을 기록했던 시점은 8월초다. 8월1일 잠실 LG전에서 5타수 5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 4할대(0.401)에 복귀했던 김태균은 8월3일까지 4할을 유지했다. 그러나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결국 8월4일 대전 SK전에서 4타수 1안타를 치면서 3할대로 다시 타율이 떨어진 이후 다시는 4할 고지를 밟지 못했다. 8월말까지 3할9푼대를 유지했지만, 9월 들어 페이스가 더욱 처졌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할8푼대도 지난 10일 부산 롯데전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실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했던 김태균은 시즌 막판 마음을 비운 상황이다. 포기보다는 마음을 비웠다는 표현이 옳다. 이날 현재 타격, 최다안타(145개), 출루율(0.478) 등 3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태균은 시즌 마지막까지 팬서비스를 해야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8년간의 일본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삼성 이승엽은 복귀 첫 시즌 국내 통산 최다홈런 기록에 도전장을 던졌다. 양준혁이 가지고 있는 통산 351홈런 기록을 올시즌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세월이 흐른만큼 예전처럼 한 시즌 40~50홈런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승엽'이라면 30개 정도는 쳐낼 것이란 기대였다. 2003년까지 324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이승엽은 8월초까지는 페이스가 괜찮았다. 그러나 8월11일 대구 LG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터뜨린 뒤 무려 한달여간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21호 홈런을 쏘아올린 것은 9월10일 대구 넥센전이었다. 그리고 이후 또 침묵에 빠진 상황이다. 앞으로 6홈런을 추가해야 선배 양준혁과 타이를 이룬다. 14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이승엽은 올시즌 들어 단 한 번도 홈런 목표를 밝힌 적이 없다. 7월29일 목동에서 한일 통산 500홈런을 치던 날에도 "언젠가는 칠 거라고 생각했다. 공식 기록이 아니기에 그냥 마음 속으로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만 밝혔다. 팀을 위한 마음 때문이다. 팀배팅 마인드가 이승엽을 '지배'하고 있다. 찬스에서는 맞히는 타격에 주력하고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려고 한다. 통산 최다홈런은 내년에 이루면 된다.
한화 류현진은 시즌 초부터 탈삼진 부문 독주를 해오고 있다. 20일 현재 탈삼진 191개로 2위 롯데 유먼(142개)에 49개나 앞서 있다. 개인통산 5번째 탈삼진 타이틀이 확정적이다. 하지만 최동원이 지난 84년 잡아낸 한 시즌 최다기록 223탈삼진 경신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류현진은 지난 18일 포항 삼성전에서 6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힘을 냈다. 앞으로 3경기에 더 등판할 수 있지만, 3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 시즌초에는 페이스가 굉장히 좋았다. 시즌 첫 10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10개 이상의 탈삼진을 올렸다.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닥터K'의 위용은 잃지 않았다. 역대 최다 기록은 멀어졌으나,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04개의 탈삼진은 돌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이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야 할 시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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