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목동 넥센전. KIA 안치홍은 첫 타석에서 이보근의 바깥쪽 공을 커트하려 배트를 툭 갖다 댔다가 1루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그의 얼굴은 찡그려져 있었다. 아쉬움과 자책감이 가득했다. 안치홍은 괴로웠다. 이전 6경기에서 무안타 행진 중이었다. 두번째 타석마저 잘 맞은 타구가 야수에 막혔다. 28타석 연속 무안타. 안치홍은 세번째 타석에서 김영민의 높은 공을 당겨 좌익선상에 떨어뜨렸다. 빠른 발과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2루타를 만들었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서의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 물꼬를 터졌다. 안타가 줄줄이 쏟아졌다. 23일 넥센전에서 좌완 에이스 밴 헤켄을 상대로 결승타 포함, 3안타 4타점 경기로 타선을 이끌었다.
경기 후 복도에서 짐을 챙기던 안치홍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무안타가) 27~28타석쯤 됐죠?" 초조하고 괴로웠던 시간. 안치홍 이름 석자에 어울리지 않는 슬럼프였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는 "수비 문제로 인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타격, 주루, 수비가 각각 다른 영역이지만 별개의 요소는 아니다. 멘탈이란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 수비 실수 하나가, 주루사 하나가 타격 밸런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즌 막판 예기치 못했던 흔들림. 졸지에 시즌 3할 타율이 힘들어졌다. 23일 현재 0.283. 앞으로 남은 10경기에서 4타수2안타의 5할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해야만 가까스로 3할에 턱걸이할 수 있다. "3할이요? 조금 힘들게 됐죠." 아쉬움이 얼굴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또 하나를 배웠다. "안 맞을 때는 이쪽(우익수 방면)으로 쳐야 하더라구요." 안치홍의 3안타는 모두 밀어 때린 타구였다.
프로데뷔 후 거침 없는 폭풍 성장 속에 대표급 2루수로 성장한 안치홍. 프로 4년째인 올시즌은 내내 마음이 썩 편치 않다. 왠지 모르게 쫓기듯 보낸 한 시즌. 공-수에서 모두 100%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야구 욕심 많은 선수. 남몰래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준비해왔기에 속으로 삭히는 아쉬움은 더욱 크다.
하지만 이 또한 과정이다. 괴로움 속에 배움과 성장이 있다. 최고의 야수로 성장하는 길 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애물.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고민. 맞서 싸울 대상이 아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여 함께 걸어가야 할 미운 친구. 올시즌을 통해 배운 깨달음이다. 안치홍은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2013년 시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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