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무조건 출연해야죠!"
생글생글 웃던 '초승달 눈'이 번쩍 뜨이는 걸 보니 이 말은 아부가 아닌 진심인가 보다. 병원 소식에 남달리 귀가 밝은 '소식통', 얄미우리만치 윗사람 비위를 잘 맞추는 '아부의 왕'. MBC '골든타임'의 꽃미남 인턴 유강진을 연기한 지일주다. 멀쩡하던 심장도 긴장감 때문에 쇼크를 받을 것 같은 긴박한 응급실에서 '귀요미' 막내 지일주는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선배들이 편하게 해주시니까 저도 까불게 되고요. 이선균 형, 김기방 형, 김사권 형과 농담 주고받으면서 촬영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애드리브도 손발이 척척 맞았죠."
지일주에게 이선균은 든든한 현장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앞뒤 상황이나 다른 배우들의 감정에 따라 연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선균을 통해 보고 배우는 게 많았다. 이선균은 연기의 강약조절이나 제스처와 대사톤 같은 연기 소스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극중 유강진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나님' 김도형(김기방)에게 "비주얼 담당이십니다"라며 능청스럽게 두 손가락을 치켜드는 명장면도 그렇게 탄생했다. "이성민 선배님께서도 '너랑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고요." '미친 카리스마' 이성민을 비롯해 '과장단 4인방' 이기영, 김형일, 엄효섭, 정규수 같은 대선배들의 관록 있는 연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건 아직 신인인 지일주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됐다.
'골든타임'으로 처음 얼굴과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지일주의 연기 내공은 만만치가 않다. 고교 연극반에서 활동하고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고교 때 본 연극만 해도 무려 300편이 넘는다. 아이돌 같은 외모 덕에 거대 가수 기획사에서 명함을 받은 적도 있지만, 오로지 연극배우만 꿈꿨다고 한다. 탭댄스, 아크로바틱, 재즈댄스, 발레, 마술, 노래 등을 배우며 무대에 설 날을 준비했다. 그러다 군 제대 후 문득 '연극만 예술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방송과 영화 쪽으로 처음 눈을 돌렸다. 한번은 대학 선배인 장진 감독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에 프로필을 들고 찾아가 일주일간 무작정 기다린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모교 연습실 앞에서 장감독과 맞닥뜨렸을 땐 왠지 주저하게 되더라고 했다. 그때 지일주는 결심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배우겠다고.
"보조출연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보조출연 팀장과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오디션 정보를 얻게 되면서 '태양의 여자'나 '자명고' 같은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게 됐죠. 복학한 이후에도 단역 출연을 꾸준히 하다가 졸업할 즈음에 영화 '글러브'에 출연했어요. 그땐 방법을 모르니까 직접 프로필을 만들어서 들고 다녔죠. 학생들의 단편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어요." 지일주가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춘 작품 중 상업작품만 따져도 무려 15편 정도. 뜻밖의 고생담을 털어놓고도 "그런데 그 작품들에서 제 얼굴을 찾긴 쉽지 않을 걸요?"라며 해사하게 웃는다. 물론 '골든타임'도 당당히 오디션으로 뚫었다.
"대본도 연출도 연기도 너무 좋은 작품"이라며 자랑에 여념이 없는 스물여덟 지일주에게 '골든타임'은 어떤 의미일까? "음… 우리 드라마가 열악한 외상의료 현실이라든가 각 부서간의 이해관계 충돌 등의 문제를 보여드렸잖아요. 의학계가 개선되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어요. 물론 제게도 성장의 발판이 됐고요."
차량으로 이동 중에도 '골든타임' OST를 듣는다는 지일주에게 촬영 중에 가장 즐거웠던 일을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화요일에 방송이 끝나고 이선균, 김기방, 김사권 형과 통닭에 맥주 마셨던 거요! 하하하."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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