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모든 야수들이 같은 곳을 응시하며 경기에 집중하는 동안, 딱 한 사람 만이 그들을 바라보며 경기를 펼친다. 포수. 감독이 팀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이라면 포수는 그라운드 위의 감독이나 마찬가지다. 투수리드는 기본이요, 경기 흐름을 읽고 상대의 작전을 간파하는 것도 포수의 역할이다. 몇 시간 동안 쪼그려 앉아 온몸으로 공을 받고, 막아내는 신체적인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는 출중한 능력을 갖춘 신세대 포수인 양의지, 강민호의 맞대결 무대가 돼 흥미를 더한다. 내년 초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엔트리 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두 사람이다. 과연 둘 중 누가 상대를 물리치고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포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양의지와 강민호의 '맞짱분석' 결과를 보자.
타력-강민호>양의지
첫 부문부터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최고의 공격형 포수라는 닉네임을 달아도 어색하지 않다. 단, 올시즌 성적과 장타율을 놓고 봤을 때는 강민호의 판정승이다.
강민호와 양의지 모두 2010년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강민호는 3할5리의 타율에 23홈런, 양의지는 2할6푼7리에 20홈런을 기록했다. 강민호의 기록이 더 좋지만 당시 양의지가 신인이었음을 감안하면 양의지의 20홈런도 엄청난 기록이다.
하지만 양의지가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강민호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무리. 올시즌에도 강민호가 19홈런을 때려내며 제 역할을 한 반면, 양의지는 5홈런에 그쳤다. 또 하나, 장타율을 주목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각 팀의 중심타선에 배치될 전망이다. 큰 경기에서는 장타 한방에 경기 흐름이 확 바뀔 수 있다. 올시즌 강민호의 장타율은 4할6푼8리, 양의지는 3할8푼7리다.
투수리드-강민호>양의지
투수리드는 선수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때문에 이 부문을 절대적인 수치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요한건 경험. 일찌감치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 8번의 풀시즌을 소화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강민호가 풀타임 3년차인 양의지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강민호는 투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경기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낸 사인을 고집하지 않고, 투수의 의견도 존중한다. 경기 후 승리를 거둔 투수들이 하나같이 "강민호의 리드가 정말 좋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특히 투수들의 긴장도가 극에 달하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강민호의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다.
물론, 양의지도 만만치 않다. 상대팀 중심타자마저 인정했다. 롯데 손아섭은 "강력한 두산 선발진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올시즌 의지형의 투수리드가 정말 좋아졌다. 두산의 다른 투수들을 쉽게 공략하기 힘든 것도 의지형의 투수리드 때문인 것 같다. 도전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도루저지-양의지>강민호
이 부문은 성적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올시즌 도루저지율을 보면 양의지가 확실히 우세하다. 양의지는 올시즌 120번의 도루시도 중 45번을 저지, 3할7푼5리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강민호의 경우
99번 시도에 30번 저지로 3할3리를 기록했다. 각 팀의 주전급 포수들의 기록을 살펴봤을 때 SK 정상호의 4할5푼3리에는 뒤지지만, 정상호가 53차례 도루저지 시도에 그쳤다. 두 사람 만이 8개 구단 포수들 중 유이하게 풀타임으로 포수마스크를 쓴 것을 감안하면 다른 선수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양의지는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깔끔한 송구동작이 일품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부담도 적다. 롯데는 김주찬, 전준우를 제외하면 마땅히 도루를 성공시킬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발야구'를 자랑하는 두산을 상대하게 된 강민호와는 처지가 다르다.
강민호의 경우는 시즌 막판 당한 부상의 후유증이 있고, 팔꿈치 상태도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단, 강민호 본인이 "가을만 되면 어깨가 싱싱해진다. 상대 주자들을 열심히 묶어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
수비력-양의지=강민호
두 사람이 '공격형 포수'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뛰어난 방망이 실력을 갖고 있는게 첫 번째 이유겠지만, 상대적으로 수비에 있어서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물론, 경험을 쌓으며 일정수준 이상의 수비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뛰어난 블로킹 능력과 상황판단력을 가진 베테랑 포수들에 비하면 수비력에서는 아직 톱클래스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일이 많아질 듯 하다. 양팀의 선발투수들이 모두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투수들이다. 두산 2, 3선발 출격이 예상되는 노경은, 이용찬의 주무기가 포크볼이다. 니퍼트도 큰 키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를 비롯해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를 유인하는 스타일이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1차전 선발 송승준은 포크볼 비율이 총 투구개수에서 거의 절반에 가깝다. 유먼의 주무기도 타자 이쪽저쪽으로 떨어뜨리는 체인지업이다. 사도스키 역시 구종이 다양하고 볼끝이 지저분해 폭투를 많이 유발하는 투수다. 매경기 1~2점차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결정적인 폭투 하나에 팀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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