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첫 경기가 단기전의 성패를 가른다고 한다. 경기 수가 많지 않은 단기전에서 1차전 결과가 시리즈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보통 1차전에서 패한 팀은 부담을 갖게 되고,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게 마련이다. 반면 1차전 승리팀은 비교적 여유를 갖고 시리즈를 끌고 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5전3선승제로 진행되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는 '첫 단추를 잘 채워야 만사형통'이라는 말을 쉽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3년 간 준PO를 살펴보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PO 진출에 실패했다.
2009년 9월 29일 준PO 1차전에서 롯데를 만난 두산은 1차전에서 2대7로 패했다. 준PO 첫 날 2만9000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에서 패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산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이후 3경기를 내리 잡았다. 1차전 승리로 기세를 올린 롯데는 두산의 반격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2010년 준PO에서 다시 만난 두산과 롯데. 초반 분위기는 2009년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롯데는 2009년 1차전 후 딱 1년 만인 9월 29일 두산에 10대5 완승을 거뒀다. 롯데는 2차전에서도 4대1로 승리, PO에 바짝 다가선 듯 보였다. 롯데의 PO 진출을 의심하는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또다시 거짓말같은 일이 벌어졌다. 2패를 안은 두산이 이후 3연승을 거두며 시리즈 통산 3승2패로 롯데를 꺾은 것이다. 롯데로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지난해에는 KIA가 준PO 첫승 징크스에 울었다. 1차전에서 윤석민을 앞세워 SK를 5대1로 잡은 KIA는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끝에 2대3으로 패한 KIA는 3차전 0대2, 0대8로 잇따라 연봉패를 당했다. 역전패의 충격은 조범현 감독 경질로 이어졌다.
왜 롯데와 KIA는 첫승을 하고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걸까. 같은 단기전이지만 3전2선승제와 5전3선승제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봐야 한다. 3전2선승제만큼 1차전 승리가 시리즈 승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1차전 승리가 분명 유리할 수 있지만 단기전은 변수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5전3선승제나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시리즈에서는 1차전 못지 않게 중요한 게 2차전이다.
양상문 MBC ESPN 해설위원은 "1차전에서 이긴 팀이 심리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1차전 이상으로 중요한 게 2차전이다. 1차전에서 이긴 팀이 2차전에서 패하면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큰 부담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힘이 없으면 그대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난해 KIA는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한 후 붕괴됐다. 롯데도 2010년 연승 후 3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후 맥없이 무너졌다. 야구는 멘탈 경기이고,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게 팀 분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1차전 승리팀이 승리에 도취해 집중력을 잃은 것도 1차전 승리팀의 PO진출 실패 징크스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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