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깜빡 실수를 했어."
한국시리즈 통산 10승에, 명문 구단을 경영한 경험을 가진 천하의 전문가도 야구판 밖에서는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던 모양이다.
한화의 신임 김응용 감독이 웃지 못할 실수담을 털어놨다.
이종범을 코치로 영입하기 위해 딴에는 비밀회동을 했다가 들통난 사연이다.
9일 오후 온라인 세상은 김 감독이 애제자 이종범을 코치로 영입했다는 소식으로 들썩거리고 있었다.
야구계의 전설인 김 감독이 한화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하루 만에 대스타 이종범이 코치로 합류하면서 '쇼킹' 릴레이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은 한화그룹 창립 기념일이어서 자체 휴무를 실시했던 한화 구단 관계자들조차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구단이 전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이 이종범으로부터 코치직 수락의사를 확인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궂이 구단에 통보할 단계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10일 오전 한화 감독 계약 이후 처음으로 대전구장과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구단 고위층과 만남을 가진 뒤 이종범의 계약이 성사되면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비밀이 새고 만 것이다. 김 감독은 "계약이 완료되면 알아서 발표하려고 했는데. 이종범을 만난 지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뉴스가 나왔더라"며 "어떻게 정보가 그렇게 빨리 샜지? 우리 둘만 아는 내용인데"라고 인터넷의 신속성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가 김 감독은 무릎을 탁 치며 "어이쿠, 내가 실수를 했구먼"이라며 뭔가 집히는 게 있는 듯했다.
김 감독은 9일 서울 강남의 프리마호텔에서 이종범과의 점심약속을 잡았다. 코치직을 제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딴에는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음식점보다는 보는 눈이 한정된 호텔을 선택한 것이었다.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흔쾌히 코치직 수락의사를 받아낸 김 감독은 차를 한 잔 하기 위해 호텔 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단다. 아무래도 호텔 부대시설 구조상 커피숍은 음식영업장보다 개방된 곳이다.
김 감독은 "종범이와 내가 무슨 하면 안되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편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커피숍을 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두 사람 모두 너무 유명했던 게 탈이었다.
길을 지나다가도 김응용과 이종범을 마주치고 알아보지 못한다면 '간첩'아닌가. 더구나 김 감독의 한화 사령탑으로 컴백 뉴스가 하루 전부터 대서특필돼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던 시기였다.
커피숍의 다른 손님들이 김 감독과 이종범을 발견하고는 찾아와 인사를 하고 사인까지 받아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들통날대로 다 나버린 것이다.
그 순간 현시대 최고의 의사소통 수단인 무선 SNS(소셜네트워크)는 '핫뉴스'를 쏟아냈음을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김 감독은 "몇 분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길래 평소처럼 종범이와 내가 사인도 해주고 그랬는데 그게 정보유출의 근원이 될 줄 몰랐다"며 "좀 더 꽁꽁 숨을 걸 그랬나? 요즘 세상 참 빠르다"며 껄껄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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