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롯데와 4차전까지 치열한 공방을 펼쳤으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내건 두산이 전력 부족을 통감하며 내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위로가 될 만하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팀이 탈락한 것은 22번중 이번이 10번째다. 결국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페넌트레이스 3,4위팀이 엇비슷한 전력을 가지고 있고, 특히 3위팀에게는 별다른 어드밴티지가 없음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두산으로서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적어도 2위는 차지해야 한국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을 것이다.
과연 내년 시즌 두산에게 희망이 있을까. 올시즌 페넌트레이스를 돌아보면 희망을 넘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요소는 많다. 우선 그토록 염원했던 선발 로테이션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8개팀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니퍼트는 내년에도 재계약이 유력하다. 올해 전반기 고전했던 김선우은 힘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운영능력과 컨트롤이 뛰어나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 특히 김선우는 투수진 리더다.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올라선 이용찬은 내년에도 맹활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불펜서 선발로 변신해 돌풍을 일으킨 노경은은 두산이 만들어낸 올시즌 최고의 작품이다. 여기에 김승회 김상현 등 5선발 요원들도 풍부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 명의 유망주를 확인했다. 사이드암스로 변진수와 새로운 4번타자 윤석민이다. 고졸 신인인 변진수는 준플레이오프를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무대로 만들었다. 3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변진수는 작은 체구(키 1m78)지만, 공 스피드가 빠르고 위기에서도 자신의 공을 뿌리는 배짱을 지녔다. 올해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두산은 내년 변진수를 주축 불펜투수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은 지난 8월부터 4번 자리를 꿰찼다. 올해 팀내에서 유일하게 홈런 10개를 쳤으며, 타율 2할9푼1리에 48타점으로 김동주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해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에 1홈런 4타점을 올렸다. 4차전서는 롯데 선발 고원준으로부터 좌중월 120m짜리 대형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거포에게 '큰 경기'에서의 홈런은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내년 두산이 중심타선을 어떻게 꾸릴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윤석민은 손색없는 후보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내년 시즌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게 주어진 역할이 작지 않다. 두산은 올해 김진욱 감독 체제 아래 불안한 요소들을 최소화하며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안정적인 레이스로 3위에 올랐고, 삼성, SK, 롯데 등 강팀들을 상대로 모두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불펜진, 타선의 짜임새 등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전력상 부족한 부분이 분명하게 확인된 만큼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그 어느해보다 강도높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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