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
김응용 감독의 첫 간택을 받은 이종범 한화 주루코치(42)는 시작부터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용장 이미지가 강한 스승 김 감독 밑에서 잔뼈가 굵어졌기 때문인지 용맹한 코치가 되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 코치는 15일 김 감독의 취임식에 이어 곧바로 선수단의 훈련을 지도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훈련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앞으로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스타일에 대해 "초보니까 실패와 실수를 피할 수 없게 마련이다. 용맹스러운 자세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코치가 되겠다"면서 "선수들에게도 경기에 임하면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133경기 동안 실패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예전의 선수 이종범은 버리겠다. 코치로서 후배 선수들의 부족한 점과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선수들과 함께 배워나간다는 심정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코치는 한화 코치로 변신하게 된 막전막후 스토리도 살짝 공개했다. 천하의 김 감독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고, 한화라는 팀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당초 이 코치는 일본 리그 주니치 드래곤즈로 코치 연수를 떠나기로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9일 김 감독과 만나 코치직 제안을 받기 전 이 코치는 지난 추석 연휴기간을 이용해 일본 주니치 구단을 방문한 뒤 입단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8일 한화 구단 입단이 확정된 김 감독이 이튿날 자신을 불러 강력한 한 마디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 코치는 "김 감독님의 스타일 잘 아시지 않느냐"면서 "긴 말씀도 안하셨다. '야, 한 번 도와줘'라고 하시길래 군말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며 웃었다.
선수시절 11년간 김 감독의 가르침을 받으며 애제자로 성장한 이 코치로서는 영원한 스승인 김 감독의 도움 요청을 감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이 코치는 한화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에 김 감독의 손을 덥썩 붙잡을 수 있었다. 이 코치는 "한화는 조금만 더 지도를 잘하고, 분위기를 바꿔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팀이라고 느꼈다"면서 "코치로서 패배의식과 동기부여가 혼재돼 있는 후배들을 끌어올리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요즘은 뛰는 야구 아니면 이기지 못한다"며 이 코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주루 플레이의 모든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싶다. 김 감독님은 직접 간섭하지 않고 코치와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인 만큼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코치는 "과거에 김 감독님은 과묵한 대신 강력한 행동으로 선수들을 다스렸는데 이젠 나이가 드셨기 때문에 옛날처럼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감독님이 운동장에서 인상쓰는 일이 없도록 겉으로는 강하게 이끌고 뒤로는 친형처럼 안아주는 코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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