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에 취임한 염경엽 감독(44)을 지켜봐온 이들은 "영리하다" 고 한목소리를 낸다. 구단 고위층이나 감독이 곁여 두고 싶어할 정도로 명석하고, 센스가 있으며, 성실하다는 평가다. 선수시절 화려한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가 현대와 LG, 넥센에서 운영팀장, 스카우트팀장, 주루작전코치로 경험을 쌓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김시진 감독이 경질된 후 사령탑 선임 과정을 설명하며 "사실 답은 나와 있었다"고 했고, 염 감독을 선택한 게 "베팅이다"고 했다. 코치 시절부터 염 감독을 주위깊게 지켜봐 왔고, 잠재력을 높이 보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구단 프런트, 코치와 감독직은 또 다르다. 선수단 전체를 관리하면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하는 게 감독이다. 44세 초보 사령탑 염 감독은 어떤 색깔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염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과 전임 김시진 감독, 김성근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을 거론했다. 이 세 명의 지도자가 추구했던 야구의 장점을 취해 팀을 이끌겠다고 했다.
염 감독이 로이스터 감독을 언급한 것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감을 갖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 야구를 선수들에게 열정을 불어넣는 야구라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가 많고 경험이 적은 선수가 주축을 이룬 히어로즈에 가장 필요한 게 열정, 자신감이다.
그는 또 "김시진 감독처럼 형님같은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소통하고 싶다. 선수들과 1대1로 많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지도자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오랫동안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가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는 권위를 내세우거나 강압적으로 팀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선수, 코칭스태프와 원활하게 소통하며 지향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의 분석야구, 세밀한 야구는 보는 이들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기본적으로 흐름을 알고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올시즌 상대 투수의 구질, 투구스타일을 분석해 히어로즈의 뛰는 야구를 이끌어낸 염 감독이 지향하는 야구와 선이 닿아 있다.
염 감독은 가장 싫어하는 선수 유형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생각이 없는 선수, 열정이 없는 선수"라고 했다. 선수 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상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허점을 파고들어 점수를 뽑고 실점을 줄이는 능력이다. 야구 이해도가 높아야 가능한 일이다.
올시즌 히어로즈는 549득점, 551실점, 61승3무69패를 기록하며 6위에 그쳤다. 염 감독은 "실점을 50점 정도 줄였다면 5승 정도 더 거뒀을 것이다. 그만큼 패수도 줄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을 것이다"고 했다.
새 사령탑이 취임을 했으니 구단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2013시즌 시범경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5개월 정도다. 실제로 이 기간에 훈련이 가능한 건 두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염 감독은 "우선 작은 변화를 통해 달라진 히어로즈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젊은 지도자를 선택한 히어로즈의 내년 시즌이 궁금하다. 비슷한 시기에 71세 백전노장 김응용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힌 한화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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