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양승호 감독의 속을 썩이던 롯데 고원준.. 그가 대형사고를 쳤다. 자신을 믿어준 양 감독에 대한 보은투를 펼쳤다.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말이다.
고원준이 올시즌 최고의 투구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선발로 나선 고원준은 5⅓이닝 동안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사직구장 홈경기에서 선발투수 선발승이 없었던 롯데에 단비와 같은 활약이었다.
고원준은 지난해부터 양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철부지 아들같은 캐릭터에 양 감독은 아버지같이 고원준을 품었다. 양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고원준을 팀의 5선발로 낙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시즌 부쩍 떨어진 구속이 문제였다. 양 감독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모진 매를 들었다. 그렇게 2군행을 통보받았다.
2군에서 절치부심 준비했다. 시즌 막바지인 9월 다시 양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시즌 성적은 일찌감치 머리속에서 지웠다. 포스트시즌만을 바라봤다. 고원준은 "일단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드는 것이 1차 목표였다. 목표를 이룬 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나를 믿어주신 감독님께 보답하는 것은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잘 던지는 일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고원준은 양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고원준은 이날 호투에 대해 "SK는 주자들이 나가면 작전도 많이 구사하고 상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경기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피칭했다. 그게 삼진, 범타로 연결돼 경기가 잘풀렸다"며 "크게 부담은 없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실 이날 고원준의 호투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양팀의 선발싸움에서 고원준이 SK 송은범에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고원준은 "오기가 생기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이겼으면 된 것 아닌가"라는 쿨한 대답을 내놨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로 던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선발 뿐 아니라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톡톡튀는 고원준다운 당당한 멘트였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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