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KIA가 SK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결정적인 수훈을 세운 선수는 로페즈였다.
당시 KIA 에이스였던 로페즈는 1차전에서 8이닝 6안타 3실점으로 5대3의 승리를 이끈데 이어 5차전에서는 9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봉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을 3승2패로 유리하게 만들었다. 당시 SK에 비해 불펜진이 약했던 KIA는 로페즈가 두 경기서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준 덕분에 투수 운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19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8대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디트로이트의 에이스는 저스틴 벌랜더다. 정규시즌서 17승을 올린 벌랜더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3게임에 나가 모두 승리를 따냈다. 3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 던졌으며, 지난 12일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는 완봉승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다른 팀에 비해 불펜이 약한 편인 디트로이트는 완투형 투수 벌랜더 덕분에 마운드의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로페즈나 벌랜더처럼 강력한 선발투수를 보유한 팀은 마운드 운용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팬들 입장에서도 잦은 투수 교체가 공식처럼 굳어진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 선발들간의 팽팽한 투수전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SK와 롯데는 선발보다는 불펜 의존도가 높은 팀들이다. 1,2차전을 통해 드러났듯 선발투수의 교체 시기와 경기 후반 마운드 운용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약 두 팀 모두 완투형 선발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롯데는 정규시즌서 유먼이 2번, 사도스키가 1번의 완투 경기를 했지만, 두 투수 모두 시즌 막판 부상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라 이닝 이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SK는 아예 완투형 투수가 없다. 지난 16일 1차전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김광현은 올시즌 부상 때문에 뒤늦게 로테이션에 합류해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서 완투 기록은 7번 나왔다. 2002년 KIA 최상덕과 리오스, 2003년 현대 정민태, 2005년 한화 문동환, 2007년 두산 리오스, 2009년 로페즈, 2011년 KIA 윤석민이 각각 완투를 기록했다. 가을잔치에서 점점 완투 경기를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포스트시즌 들어 강력한 선발투수가 더 그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4일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완투 경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삼성 역시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용을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서 배영수가 2번, 윤성환의 1번의 완투를 한 적이 있지만, SK나 롯데와 마찬가지로 삼성도 빠른 투수 교체를 할 가능성이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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