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외야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SK 조동화는 외야 수비가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수준급의 타구 판단 능력과 빠른 발을 이용해 물샐 틈 없는 수비를 펼친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했나. 이런 조동화도 지난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우익수로 나가있다 문규현의 평범한 타구를 잡지 못해 2루타를 만들어주면서 쐐기점을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5차전이 열린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조동화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 ⅓ 정도는 타구가 분명 보였다, 하지만 그 뒤부터 보이지 않더라. 보였으면 비슷하게 뛰어가면 되는데 안 보이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동화는 잠시 뒤 사직구장 외야의 비밀을 밝혔다. 동료 외야수 임 훈이 눈썰미를 발휘했다. 손아섭의 수비 위치를 유심히 보니 우중간 일정 지점에서 좌우가 아닌 앞뒤로만 수비 위치를 변경하고 있었다. 조동화도 외야 수비에 나가서 같은 지점에 서봤다. 그곳은 라이트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는 황금지대였다.
조동화는 "선상 쪽으로 밀어치는 황재균이나 문규현의 타구는 라이트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섭이는 우리 팀의 밀어치는 타자들이 나와도 그 위치에 그대로 있더라. 처음엔 '쟤가 왜 저기 있나' 싶었다. 훈이 말을 듣고 직접 외야에 나가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며 웃었다.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확실히 시야를 보장하는 위치가 있던 것이다.
조동화도 비결을 알고 난 뒤엔 그 위치를 고수했다. 그런데 벤치에서 수비 위치를 이동하라는 지시가 나오자 매우 당황했다고. 덜덜 떨면서 이닝을 마친 조동화는 정경배 코치에게 "라이트에 들어가도 어쩔 수 없는 위치가 있다"고 보고했고, 이후 조동화의 이동은 없었다.
조명시설을 잘못 설치하거나, 혹은 해가 질 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구장을 건설하면서 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포스트시즌처럼 큰 경기에선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변수로도 작용한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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