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면 되잖아."
SK와 롯데의 운명을 가를 플레이오프 5차전. 양팀은 경기 초반부터 선발로 나선 SK 김광현과 롯데 유먼을 공략하며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다. 긴장된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선수들 뿐 아니었다. 양팀 사령탑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출됐다.
상황은 롯데가 3-2로 앞서던 4회말 SK 공격 때였다. 유먼이 1사 상황서 박정권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마운드에 오르려는 순간, SK 이만수 감독이 이영재 구심을 향해 먼저 뛰어나왔다.
유먼 손톱의 매니큐어가 문제였다. 투수들은 손톱 보호를 위해 매니큐어를 칠하는 경우가 많다. 규정상 손톱에 어떤 이물질도 묻혀서는 안되지만 투명한 색의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은 각 팀들이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문제는 이날 유먼이 칠한 매니큐어 색깔이 흰색이었다는 점. 공의 색깔과 구분하기 힘든 색의 매니큐어를 발랐을 경우, 상대팀 덕아웃에서 어필을 할 수 있고 심판은 확인 후 매니큐어를 지우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경기 초반 유먼의 매니큐어를 보지 못했던 이 감독이 경기 중간 이를 발견했고, 심판에게 어필한 것이다. 곧바로 이 구심은 마운드에 올라 유먼의 손톱을 확인했다. 이 때 함께 마운드에 오른 양 감독은 1루측 덕아웃의 이만수 감독을 항해 손가락으로 교체 사인을 내며 "바꾸면 되잖아"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매니큐어 문제 만으로 유먼을 교체한 것은 아니다. 양 감독은 경기 전 유먼이 불안할 경우 송승준을 바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감독의 어필이 없었다면 유먼을 교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통상적으로 투수를 교체할 때는 구심에게 공을 받아 마운드를 향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양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유먼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을 가능성이 컸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신경전의 승자는 이 감독이 됐다. 김강민이 바뀐 투수 송승준을 상대로 안타성 타구를 때려내며 실책을 유도했고, 동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덕아웃에 들어간 유먼은 글러브를 내팽개치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상대 어필에 관계없이 자신의 투구에 만족하지 못해 화를 냈다는게 롯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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