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대타의 기용은 프로야구 감독이 경기의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중 하나다. 득점 찬스에서 내보낸 핀치히터가 팀을 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포스트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벤치에 대기하다가 갑자기 중요한 경기의 승부처에 투입돼 좋은 타격을 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래서 대타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SK 이만수 감독은 가급적 작전을 많이 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타 작전 역시 플레이오프 1~4차전에서 총 5회만 사용했는데, 볼넷 1개를 포함해 대타 타율은 2할5푼(4타수 1안타)였다. 그 5번의 대타 작전 가운데 포수 조인성이 대타로 등장한 사례도 있다. 지난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3차전 때 7회에 등장했는데,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결국 이 감독의 올 포스트시즌 대타 작전에서 '조인성 카드'는 성공률 0%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감독이 이 성공률 '0%'의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그것도 조인성이 올 시즌 타율 1할6푼7리(6타수 1안타)로 철저히 당했던 '천적'인 롯데 외국인 투수 유먼을 상대로 시도한 작전이다. 여러 데이터 상으로 보면 이는 무모한 시도이자 '도박'처럼 보인다.
<RESULT>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롯데가 2회초 SK 선발 김광현을 두들기며 3점을 먼저 뽑아 분위기를 주도했다. SK로서는 가능한 한 빨리 추격점을 뽑아야만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었다. 의외로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곧바로 이어진 2회말, 롯데 선발 유먼으로부터 선두타자 박정권과 후속 김강민이 각각 중전안타와 우전 2루타를 터트리며 무사 2, 3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모창민이 삼진 아웃을 당해 상황은 1사 2, 3루로 바뀌었다. 원래대로라면 8번타자 포수 정상호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때 이만수 감독이 '대타 작전'을 시도했다. 3차전에서 실패를 봤던 조인성 카드다. 앞서 언급했듯 조인성의 유먼에 대한 상대타율은 채 2할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기세가 판에 박힌 데이터를 무너트렸다. 선제공격을 얻어맞고도 무너지지 않은 SK의 기세는 조인성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조인성은 10년 만에 밟은 포스트시즌 무대에 한풀이라도 하듯, 볼카운트 2B1S에서 유먼의 4구째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짜리 적시타를 날려 역전의 발판을 멋지게 마련했다. 데이터 상의 성공확률은 희박했으나 결국 이 작전이 SK의 역전을 이끌어낸 한 수였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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