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가 임박한 시점. 덕아웃의 SK 이만수 감독은 웃고 있었다. 힘든 고비를 수 차례 넘어서며 탈락의 위기에서 기적처럼 거둔 2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니 왜 안 기쁘랴.
그러나 이 감독을 더욱 흡족하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날 승리의 뒤에 숨겨진 진정한 희망 요소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흡족한 미소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감독을 웃게 만든 희망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선발요원 윤희상의 비축'이었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투수 부시의 합류'였다. 모두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다.
PO 5차전 승리가 더 기쁜 이유, 윤희상을 아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은 사실 SK나 롯데 모두에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였다. 나중을 대비해 전력을 아낄 여유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이 감독이나 롯데 양승호 감독 모두 선수단에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였다. 특히 투수진은 조기 교체가 언제나 가능하도록 총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는 예상외로 투수력을 많이 쏟아붓지 않으면서 역전승을 따내게 됐다. 선발 김광현이 초반에 무너졌지만, 2회초 2사부터 그 뒤를 이은 채병용이 6회초 2사까지 4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깝게 틀어막은 덕분이었다.
채병용의 호투에 힘을 얻은 SK는 전세를 뒤집었고, 이후 올 시즌 홀드왕인 박희수(2⅓이닝 무안타 무실점)-정우람(1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필승 공식을 대입해 승리를 확정지었다. 결과적으로 SK는 평소 정규시즌에 비해서도 적은 편인 단 4명의 투수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낸 것이다.
이런 승리의 과정은 향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큰 메리트가 될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선발 요원인 윤희상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SK는 선발 자원이 그리 많은 편이라 할 수 없다. 단기전에서 매우 중요한 전력인 선발의 힘에서 삼성에 뒤지는 게 사실이다.
SK의 선발 요원들로는 마리오-김광현-송은범-윤희상 등 4명이 있다. 이 중 김광현과 마리오, 송은범 등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쓰기 어렵다. 등판 간격으로 보면 지난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이었던 윤희상이 가장 체력을 많이 비축해놓은 상태라 쓰기 좋다.
그런데 만약 윤희상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썼다면 SK는 심각한 선발자원 고갈 문제에 직면할 뻔했다. 아마 이렇게 됐다면 이 감독은 이기고도 찜찜함을 털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희상은 워밍업만 한 채 힘을 아꼈다. 그래서 이 감독은 5차전 승리 후 "오늘 무엇보다 윤희상을 아낄 수 있던 게 큰 위안이 된다"고 기뻐할 수 있었다.
'삼성 스페셜리스트' 부시의 합류, SK의 또 다른 희망요소
또 한 가지 이 감독의 마음에 자신감을 심어준 요인이 있다. 바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외국인 투수 부시의 한국시리즈 합류다. 이 감독은 "부시가 한국시리즈에 포함될 것"이라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는 올해 4승6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썩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연한 선발 자원인데다 특히 삼성을 상대로 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55로 꽤 괜찮았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4일에도 삼성전 6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때문에 부시는 선발 자원이 부족한 SK에는 더할 나위없이 반가운 추가 전력이 아닐 수 없다. 이 감독도 부시가 비록 정규시즌에는 큰 활약을 못했어도 한국시리즈에서 1승만 책임져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시의 합류는 어느 면에서 봐도 SK에 손해가 아니다. 이 감독은 그래서 웃고 있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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