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가 열리기만을 기다려서일까. 대구구장에 사자까지 등장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은 한국시리즈까지 보름여의 시간을 번다. 그 기간 선수단만 한국시리즈를 위해 맹훈련을 하는 건 아니다. 프런트 역시 분주하게 움직인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어떻게 하면 경기를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는지, 경기 외적으로 어떤 즐거움을 안고 갈지 끝없이 고민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대구구장 센터펜스 뒤에 위치한 전광판 오른쪽에 원형 스크린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전광판 업체로부터 대여해 크레인에 매달았다. 둥그런 전광판이 마치 하늘에 뜬 달과 같다 하여, 승리의 달이란 의미로 'V-MOON'이란 이름을 붙였다.
사실 국내 프로구장 중에 건립한 지 가장 오래 된 대구구장의 전광판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 전광판 전면에 풀HD 영상을 내보낼 수 있는 잠실구장과 비교하면 초라하게까지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등장한 'V-MOON'의 효과는 엄청 났다. 역투하는 투수 뒤론 삼성을 상징하는 사자의 얼굴이 가득 찼다. 마치 사자의 기운을 받아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
올해도 이 원형 전광판은 또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전광판에 나오는 영상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식전 행사 때 더욱 화려해진 그래픽으로 시선을 끈 'V MOON'엔 더욱 다양한 사자의 모습이 등장했다. 선수들의 등장 때마다 등장영상도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 40분 전 그라운드에 아기사자가 등장했다. 류중일 감독과 진갑용 이승엽 오승환이 아기사자를 한 마리씩 안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오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데려온 생후 2~3개월 된 아기사자였다.
4마리가 등장한 이유는 뭘까. 한국시리즈에선 몇 경기를 치르든 먼저 4승을 거둬야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4승 기원 의미로 류 감독과 삼성을 대표하는 세 선수가 나와 아기사자를 품에 안았다.
2003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이승엽에겐 더욱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승엽이 품에 안은 아기사자는 '여비'의 외손자였다.
지난 1999년 8월 시즌 43호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당시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사자에게 이승엽은 자신의 이름을 따 '여비'라고 명명한 바 있다. 여비는 에버랜드에서 건강히 지내고 있다고. 이승엽은 일본에서 뛸 때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여비를 찾아 기운을 받고 돌아간 적이 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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