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들이 존재한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 현상, 비등점과 같은 수많은 물리법칙, 그리고 사칙연산을 기초로 무한히 발전한 수학공식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런 법칙들은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늘 같은 결과를 나타낸다. 봄 뒤에는 여름이 오고, 하루는 24시간이며 '1+1=2'와 같은 식이다.
그런데 야구판에도 '불변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가을잔치에서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만날 목격할 때다. 원래부터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오승환인데,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더욱 막강한 위용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국시리즈에서의 오승환은 절대무적'이라는 불변의 법칙이 실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오승환이 또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지켜냈다. 이제는 '끝판 대장'이라는 별명에 더해 '가을의 절대자'라는 별칭을 하나 추가해도 될 법하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2012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은 1회말 이승엽의 선제 결승 2점 홈런에 7회말 배영섭의 내야안타 때 2루주자 강명구의 재치와 운이 결합된 홈 득점으로 3-1을 만들며 승리의 8부 능선에 올라섰다. 그러나 SK 역시 호시탐탐 득점 기회를 노리며 녹록치 않은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승리에 방점을 찍어야 했다. 멍하니 있다가는 SK의 끈질김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순간이 되면 오히려 편안해진다. 언제나 명쾌하게 승리에 도장을 찍어주는 인물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8회초 2사 1루, SK 3번타자 최 정이 타석에 들어서자 삼성 류중일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오승환'을 호출했다.
특유의 웅장한 등장음악이 대구구장에 울려퍼지자 삼성 팬들은 환희의 함성을 내질렀다. 아직 아웃카운트가 4개나 남았지만, '오승환 등판=승리 확정'의 절대 법칙이 팬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듯 했다.
오승환은 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스로 '불변의 법칙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첫 상대 최 정을 6구만에 중견수 뜬 공으로 잡아낸 오승환은 9회초 SK 4~6번 세 타자를 각각 헛스윙 삼진과 3루수 직선타,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호준-박정권-김강민, SK를 대표하는 세 타자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공은 단 9개 뿐이었다.
그렇게 오승환은 '절대자'의 위용을 과시하며 한국시리즈에서 또 세이브를 올렸다. 한국시리즈 통산 7세이브째였다. 이미 스스로 세운 한국시리즈 최다 세이브 기록을 계속 새로 쓰는 중이다. 2차전 혹은 그 이후 또 오승환이 세이브를 올리면 그것이 최다 세이브 역사로 기록된다. 더불어 오승환은 이날 1⅓이닝 무실점으로 역대 한국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을 0.76으로 끌어내렸다.'0.76' 가을의 오승환에게 점수를 뽑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보여주는 숫자이자 오승환이 또 살아있는 '불변의 법칙'임을 입증하는 지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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