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삼성 불펜이 무너졌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고 있는 삼성에게 28일 열린 3차전은 두고두고 뼈아픈 경기가 될 전망이다. 8안타에 8득점을 하고도 패했다. 이처럼 타선이 터지는 데도 지는 경기는 정규시즌에서도 손꼽을 만큼 드문 일이다. 3회 최형우의 3점홈런을 비롯해 6득점할 때만 해도 시리즈가 4차전에서 끝날 것만 같았다.
가장 큰 문제는 불펜이 와르르 무너졌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시리즈 핵심 전략, '1+1'의 키플레이어인 좌완 차우찬이 무너졌다. 4회 등판하자마자 박진만에게 홈런을 맞더니 수비실책과 폭투가 겹쳐 1점차로 추격을 허용,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리고 6회엔 필승조 권 혁과 안지만까지 6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 삼성의 마운드는 강력하다. 승리를 위한 공식이 있을 정도다. 5인 선발을 넘어 많게는 6명의 선발투수가 최소 5이닝에서 최대 7이닝 정도를 막는다. 그리고 필승조가 나선다. 경기 상황과 상대 타자에 따라 우완 정통파 안지만과 사이드암스로 권오준, 좌완 정통파 권 혁이 등판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끝판대장' 오승환. 1이닝 마무리를 넘어 올시즌엔 8회 도중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불펜진이 주는 안정감은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한국시리즈에서 '1+1'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선발투수는 굳이 5회를 버틸 이유도 없다. 뒤에 또다른 선발투수가 대기하고 있기에 두 명이 한 명 몫만 해주면 된다. 선발투수 평가 지표 중 하나인 퀄리티스타트 기준으로 보면, 한 명이 3이닝씩만 잘 막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이후엔 필승계투조가 있다.
다승 1위 장원삼의 증언도 있다. 2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장원삼은 3차전이 열린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정규시즌 땐 길게 본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전력으로 던진다. 페이스 조절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장원삼은 올시즌 삼성 필승조의 덕을 가장 많이 본 투수다. 27경기 중 25경기에 선발등판해 무려 17승(구원승 1승 포함)을 챙겼다. 언제나 그의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페이스 조절은 필수적이다. 장원삼이 선발등판해 소화한 평균 이닝은 6⅓이닝 정도. 아무리 뒤가 좋다 해도 6회까지 책임지려면 강약조절을 해가면서 던질 수 밖에 없다.
선발투수의 힘 분배는 보통 상·하위 타순, 그리고 주자 및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힘 분배를 잘 할 수록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경험이 쌓일 수록 체력 안배를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때 삼성 선발투수들에게 페이스 조절은 '불필요한' 일이다. 장원삼은 "마운드에 오를 때 3~4이닝 정도 생각하고 오른다. 길어야 5회다. 당연히 평소보다 전력 투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굳이 자신이 선발투수로 게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초반 기선을 제압해줄 정도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4차전부터다. 무너진 투수들 뿐만 아니라, 선발투수들에게도 심리적 데미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가진 불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면, 마운드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못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지금껏 삼성 마운드를 감싸고 있던 '후광 효과'가 사라진다? 자칫 3차전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 분위기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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