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89마일짜리 직구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자 서지오 로모는 오른손을 연신 휘두르며 포효했다. 멍하니 공을 바라보던 미구엘 카브레라는 쓸쓸히 덕아웃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올시즌 연봉이 157만5000달러에 불과한 로모가 자신보다 13배나 많은 2100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카브레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디트로이트의 월드시리즈를 명쾌하고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마지막 장면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누르고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코메리카파크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0회 2사 2루서 터진 마르코 스쿠타로의 적시타에 힘입어 4대3으로 승리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리즈 전적 4승으로 2010년 이후 2년만이자 통산 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월드시리즈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4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샌프란시스코가 역대 21번째였다.
AP는 샌프란시스코의 우승 원동력을 '흠잡을데 없는 피칭(smart pitching), 타선의 집중력(clutch hitting), 안정된 수비(sharp fielding)'로 표현했다. 공수주에 걸쳐 디트로이트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신시내티에 2패후 3연승을 거두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전에 진출했다. 챔피언전에서도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1승3패로 몰린 뒤 내리 3게임을 따내며 힘들게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당초 전문가들은 디트로이트의 우세를 예상했다. 리그챔피언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4승으로 꺾으며 기세를 올린데다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5일이나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를 비롯해 미구엘 카브레라, 프린스 필더 등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의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 샌프란시스코를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강력한 팀워크와 선수들의 고른 활약 앞에서 스타 군단 디트로이트의 투타 밸런스는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다. 디비전시리즈와 리그챔피언전을 역전승으로 이끈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의 사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는 팀방어율 1.42를 기록하며 선발과 불펜의 완벽한 조화를 과시했다. 반면 디트로이트는 저스틴 벌랜더가 1차전서 홈런 2방 등 4이닝 동안 6안타 5실점으로 무너지며 기선을 제압당한 것이 시리즈 내내 부담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주전중 메이저리그 6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선수는 이날 결승타를 친 스쿠타로 한 명 뿐이었다. 1차전서 3홈런을 몰아치는 등 4경기에서 타율 5할을 치며 시리즈 MVP에 오른 파블로 산도발을 비롯해 4번 버스터 포시, 톱타자 앙헬 파간 등 대부분의 주축 타자들은 풀타임 1~4년차의 신예들. 이들이 브루스 보치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똘똘뭉쳐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57세의 보치 감독은 지난 2007년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잡은 뒤 3년만인 201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데 이어 2년만에 다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아 현역 최고 감독 반열에 오르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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