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골프황제는 누구일까.
지난 8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바클레이스에서 열린 '황제'간의 첫 동반 플레이. '원조 골프황제'는 어린 시절 자신을 우상으로 여긴 '신 골프황제'를 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좋은 아이(Nice Kid)다. 나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세대변화가 시작됐다." 열 네살 어린 조카뻘 선수에게 엄지를 치켜 세웠다. 지난 11일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 터키항공 월드골프 파이널. 우상은 그의 '키즈' 앞에서 위용을 뽐냈다. 6타차 완승을 거뒀다.
18일 뒤. 세계랭킹 1위와 2위, '신-구 골프황제'가 중국에서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쳤다.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와 타이거 우즈(37·미국)가 출전하는 세계적인 특급 이벤트 '진사호(湖)의 결투(Duel at Lake jinsha)'. 이 대회는 중국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성사됐다. 초청료만 해도 300만달러(약 33억원). 우즈를 무대에 세우는데 200만달러(약 22억원), 매킬로이에게 100만달러(약 11억원)가 들었다. PGA 투어에서 몇 차례 동반 플레이가 있었지만 다른 선수 없이 우즈와 매킬로이의 1대1 '맞짱 대결'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짜 황제를 가리는 '중국 결투'에 세계 골프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우즈에게는 자존심을 건 무대였다. 올시즌 PGA 투어에서 3승을 따내며 상금랭킹 2위에 올라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위에는 4승을 수확하며 상금왕에 등극한 매킬로이가 있었다. 우즈는 올시즌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품지 못한 반면, 매킬로이는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 쥐었다. 올시즌 매킬로이에게 내준 '골프황제' 타이틀을 빼앗아 오는 것이 우즈가 자존심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자존심 대결만큼 이들의 샷 대결은 명불허전이었다. 환한 미소로 라운드에 나선 두 황제는 페어웨이에서는 웃음을, 그린에서는 날카로운 눈빛을 흘렸다. 매킬로이는 명품 아이언샷으로 안전하게 핀을 공략했고, 우즈는 트러블 샷을 기회로 만드는 '매직샷'으로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승부를 앞둔 그린에서 웃음은 없었다. 그들의 시야에는 홀과 공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18홀 뒤 우즈는 웃었지만 승리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우즈가 언급했던 '좋은 아이'는 세계랭킹 1위로, PGA 투어와 유러피언 투어 상금왕 독식을 향해 달리는 '무서운 아이'로 변해 있었다. 매킬로이가 29일 중국 정저우 진사레이크골프장(파72·7032야드)에서 열린 메달 매치플레이 방식(두 선수가 18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한 뒤 낮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가 승리)으로 열린 이벤트 대회에서 우즈에 한 타 차 승리를 거뒀다. 매킬로이는 버디 5개에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로 5언더파 67타, 우즈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매킬로이는 18일 전 터키에서 당한 완패를 설욕하며 자신의 우상 앞에서 '신 골프황제' 등극을 알렸다. 세계랭킹 1, 2위, 상금랭킹 1, 2위였던 이들의 한 끝차 차이처럼 승부도 1타에 갈렸다.
한편, '특급 대결'을 마친 매킬로이는 다음달 바클레이스 싱가포르 오픈 등에 참가해 유럽투어 상금왕 굳히기에 나선다. 우즈는 다음달 29일부터 자신이 주최하는 월드챌린지를 끝으로 올시즌을 접을 예정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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