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김준수가 가수에 이어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섰다. 김준수는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3년 연속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데 이어 라이선스작 '엘리자벳'으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한 지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에게 있어 뮤지컬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다시 한 번 심장을 뛰게 했기 때문.
2004년 동방신기로 데뷔, 80만 카시오페아 대군을 거느리고 아시아 전역에서 글로벌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8년 동방신기 활동을 중단한 이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박유천 김재중과 함께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지만, SM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적 분쟁이 남아있었다.
때문에 가수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방송 활동에도 제약이 걸렸다. 일본 소속사였던 에이벡스와도 마찰을 빚으며, 일본 활동에도 사실상 적신호가 켜졌다. 아무도 이들을 찾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앨범을 발표하는 것도 두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모차르트!'의 모차르트 역으로 뮤지컬 역사에 남을 데뷔를 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4만 5000장의 좌석이 전석 매진된 것.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콘서트 역시 20분이 안 돼 4만 석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원작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에게 "완벽한 모차르트의 탄생"이란 극찬을 받아냈다. 이처럼 '혜성 같은 신인'은 처음이었다. 그 결과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신인상 및 인기상을 수상,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두 번째 도전은 파격이었다. 베테랑들도 어려워한다는 창작뮤지컬에 손을 댔다. '천국의 눈물'에서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 준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놀라운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티켓 파워 역시 굳건했다. 그의 공연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팬들이 몰려왔다. 2011년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선택한 작품이 '엘리자벳'. 대사도 없고 노래와 표정, 몸동작과 눈빛만으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죽음' 토드 역을 맡았다. 성격 털털하기로 유명한 김준수였지만 몽환적인 '죽음'을 연기하기 위해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고, 다이어트까지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그가 연기한 '죽음'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김준수는 완벽한 공연을 하는 배우"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섹시한 연기를 펼쳐 보였다. 김준수의 공연은 입소문을 타고 티켓이 전석 매진됐음은 물론, OST 앨범까지 발매 3일 만에 한터 연간차트 1위를 접수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결국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앙상블부터 차근차근 배역을 따낸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인기 아이돌 가수로 처음부터 주연 자리를 꿰찼다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측근에게 '컴퓨터'라고 불릴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함에도 대본이 너덜너덜 헤질 때까지 대사를 외우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연습에 임하면서 논란을 잠재우고 자신의 자리를 마련했다.
김준수는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될 지 모르겠다. 당황스럽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됐다. 부모님과 소속사 식구들, 내가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 용기를 준 (박)유천이, (김)재중에게 감사하다. 뮤지컬을 몰랐던 내게 '배우'란 타이틀을 달게해주신 스태프와 다른 배우분들께도 감사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뮤지컬은 나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뮤지컬로 인해 다시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게 됐고, 이런 시상식에 초대돼 영영 못받을 것 같았던 상도 받아봤다. 너무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뮤지컬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우 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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