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자극받아야 강해진다."
SK 관계자들은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로 승부를 원점(2승2패)으로 돌리고 나서야 속마음을 털어놨다.
마음속으로 "덤벼라! 덤벼라!"를 외쳤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벌어진 삼성과의 3차전에서 목격했던 위기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삼성이 6-5로 앞서던 5회초 2사 후 타석에서 박한이가 SK 투수 박정배의 볼에 몸을 맞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한이는 박정배를 노려보며 대치했고, 삼성 덕아웃에서 이승엽이 먼저 튀어나오려고 했고, SK 고참 이호준도 출격태세를 갖추는 등 벤치클리어링 직전 상황까지 연출했다. SK 포수 조인성과 주심이 재빠르게 말린 덕분에 불상사는 피했다.
이에 대해 SK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어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벤치클리어링 직전 상황까지 연출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년전의 기분좋은 벤치클리어링 징크스때문이다. 200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를 치른 SK는 총 15번의 한국시리즈 역사상 유일하게 2연패 뒤 4연승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2연패 뒤 기적같은 리버스 스윕을 하게된 원동력은 3차전에서 발생한 벤치클리어링이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SK가 9-0으로 앞선 6회초 두산 투수 이혜천이 김재현 등 뒤로 날아가는 위협구를 던지면서 양 팀 선수들은 심각하게 충돌했다.
SK가 큰 점수차로 앞서 나가는 중인데도 홈스틸을 시도한 것이 두산을 자극했던 것이다. 결국 3차전을 9대1로 승리한 SK는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SK 관계자는 "2연패로 푹 가라앉아 있던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계기로 응집력을 발휘하면서 상실했던 전투의지까지 되살리며 똘똘 뭉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5년전 기분좋은 추억이 올시즌 한국시리즈에서도 조금씩 조짐을 보이니 SK는 내심 기대되는 것이다. 5년전 같은 충돌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벤치클리어링의 '벤'자라도 보고 난 뒤 SK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3차전에서 충돌 직전 상황을 연출한 뒤 1점을 더 빼앗겼던 SK는 약이 제대로 올랐는지 6회에 곧바로 6점이나 쓸어담는 화력을 선보이며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었다.
4차전에서도 분위기를 완전하게 장악하는가 싶더니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4대1로 낙승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연패 뒤 2연승으로 반격한 SK는 자극을 제대로 받은 듯 5년전의 기적을 서서히 떠올리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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