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5차전, SK의 선발투수는 윤희상이다. 올시즌 팀내 유일한 10승 투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에이스 김광현에 이어 2선발로 나서는 등 코칭스태프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승운이 없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때는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고 4-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투수 요건까지 갖췄다. 하지만 두번째 투수 엄정욱의 난조로 승리가 날아가버렸다. SK는 윤희상의 호투로 플레이오프를 손쉽게 끝낼 수 있었지만, 이날 패배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굴러 들어온 기회를 발로 걷어차버린 셈이다.
윤희상은 5차전에서 불펜에 대기했다. 채병용이 4이닝 무실점으로 조기강판된 김광현의 뒤를 잘 막아줬지만, 윤희상은 매이닝 몸을 풀며 힘을 썼다. 선발이 익숙한 그에게 언제 나갈 지 모르는 불펜대기는 고역이었다. 결국 이틀 뒤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눈에 띄게 떨어진 구위를 보이고 말았다. 직구 구속이 4~5㎞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윤희상은 이를 악물고 던졌다. 1회 이승엽에게 맞은 불의의 투런홈런만 아니었어도 1차전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깥쪽 실투 하나가 아쉬웠다, 직구가 몰리면 장타를 허용할 수 있어 던진 바깥쪽 포크볼이 오히려 이승엽의 배트 타이밍에 정확히 맞아버렸다. 8이닝 3실점 완투패. 데뷔 첫 완투였지만, 1회 홈런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래도 윤희상이 완투한 덕에 SK 불펜진은 일주일 가까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SK의 필승카드 박희수와 정우람이 3,4차전에서 승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윤희상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승리가 없다. 당시 윤희상은 초등학교 중학교 1년 후배였던 KIA의 에이스 윤석민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6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무했지만, 윤희상은 마운드가 무너진 SK의 희망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그 기대에 부응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불의의 어깨 통증으로 1이닝 만에 강판. 윤희상의 포스트시즌 기억은 첫 경기 이후론 좋지 않다. 게다가 한국시리즈 1차전 땐 마운드에 서있는 내내 "나 때문에 지는구나…"라고 자책했다. 평소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성격임에도 그날 만큼은 "꼭 잡고 싶었다"던 윤희상, 5차전에서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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