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이 홈 쇄도를 안해줘 정말 다행이었다."
이래서 야구가 어렵다. 결과론적으로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 됐으니 말이다. SK 최 정의 선택은 안정이었다. 동료들이 희생플라이 하나쯤은 쳐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때문에 최 정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 투수가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임을 감안했더라면 조금 더 과감한 선택도 괜찮았을 상황이다.
SK는 31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대2로 분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가장 아쉬움을 남긴건 9회초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최 정이 오승환을 상대로 중월 3루타를 때려내며 최소 동점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SK는 후속타 불발로 최 정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경기 후 오승환과 선발이었던 삼성 윤성환은 나란히 "최 정의 홈에 들어오지 않은게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무슨 말일까. "이호준 선배와의 승부가 가장 중요했다"는 오승환의 말처럼 최 정에게 3루타를 내준 후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 중이던 이호준과의 승부에 양팀의 운명이 걸린 모양새였다. 이호준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오승환의 공을 때려냈다. 이호준이 친 공은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왼편으로 매우 느리게 굴러갔다. 빗맞아 타구의 속도가 느렸다. 그리고 김상수가 공을 잡아 홈에 공을 뿌리려면 공을 던지기 위해 몸을 돌려야하는 역동작이 걸리는 상황. 3루주자가 정상적으로 스타트만 했다면 충분히 홈에서 살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최 정은 뛰지 않았다. 전진수비를 한 삼성 내야진을 의식했을 수 있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라면 무리하지 않는 것이 맞다. 무사였기 때문에 2번의 공격 기회가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희생플라이 하나만 나오면 동점. 박정권, 김강민 등 주축 타자들에게 찬스가 연결되는 것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라는 긴장된 무대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오승환을 상대로 깊숙한 플라이를 치는게 쉬운 일이 아님을 생각했다면 과감한 주루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었다. 박정권 볼넷 출루 이후 1사 1, 3루 상황서 김강민에게 스퀴즈 등 작전 지시를 내리지 않은 이유도 "오승환의 공이 너무 빨라 번트를 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SK도 오승환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오승환은 부담스러운 타자 이호준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기세를 타자 더욱 무서워졌다. 이호준이 아웃된 뒤 덕아웃에 들어가며 한참이나 3루 베이스 쪽을 바라본건 이유가 있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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