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참 운이 좋은 사나이 같습니다."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자신을 명장이 아닌 '복장'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작년에 갑자기 감독이 돼 우승을 했다. 올해 연속 우승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난 복이 많은 사람 같다"며 활짝 웃었다.
류 감독은 "사실 시즌 전 삼성을 우승후보 1순위로 꼽는 게 부담스러웠다. 작년 전력이 그대로 있고 이승엽까지 왔다. 초반엔 나도 선수들도 부담감을 갖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작년엔 오랫동안 코치를 하면서 갑자기 감독이 된 탓에 좀 편하게 지냈다. 형님 리더십이란 말도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선수들하고 거리를 좀 뒀다. 변화를 줘야할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감독도 2년차가 되니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초반에 6~7위 할 때 작년처럼 선수들에게 다가가 얘기했더라면 여기까지 못 올라왔을 것 같다. 그래서 선수들이 아닌 코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감독은 전체적인 관리를 해줘야지, 세세한 것까지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며 "코치들에게 이런 얘길 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코치다.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주문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시즌 초반 하위권에 처져 있을 때 주장 진갑용을 비롯해 야수와 투수 최고참인 이승엽, 정현욱을 데리고 광주 원정 도중 식사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제 여러분들이 나설 때"라고 당부했고, 팀은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류 감독은 "주장은 선수단 전체를 관리하고 승엽이랑 현욱이가 각 파트를 잘 리드해줬다. 도움이 많이 됐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다. 류 감독은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이틀 정도 휴식하고, 4일 정도 훈련하는 걸로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사령탑 자격으로 규정상 내년에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다. 그는 "대표팀 감독을 하라는 의미에서 우승한 것 같다"며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남다른 의미도 밝혔다.
한편 패장 SK 이만수 감독은 "한 해 동안 고생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한테 고맙게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사실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주위에서 7위라고 얘길해서 마음이 많이 상했다. 우리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것도 정말 기적같은 성적이다"라며 "감독이라서 하는 빈말이 아니다. 환자들이 정말 많아서 4강에 올라올 줄 생각도 못했다. 지금 부상선수가 많은데 겨울에 관리 잘 해서 내년엔 좀더 멋진 플레이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어제 경기가 가장 아쉬웠다. 사실 경기 후 한숨도 못 잤다. 5차전을 삼성에 넘겨주는 바람에 그 여파가 오늘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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