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프로야구에 뛰어든 LG 트윈스는 창단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창단 첫 해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야구판을 뒤흔들더니, 1994년 다시 정상을 밟았고, 1997년과 1998년 잇따라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990년대 LG는 신흥명문이라고 할만 했다.
그러나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막혀 준우승을 차지한 후 지난 10년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매년 수십억원을 투자해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고, 한 해 구단 운영비로 300억~400억원을 투입했지만 허사였다. 'LG 2군에는 억대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언제부터인가 팬들은 LG에 '꼴쥐'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붙여줬다. 한때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LG의 감독직은 선망의 자리였다. 그러나 감독들의 경질이 이어지면서, LG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전락했다. LG는 최근 스포츠조선 야구전문기자 11명이 평가한 '프로야구단 종합평가'에서 8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잠실 라이벌 두산(2위), 한때 가전 라이벌로 불렸던 삼성(3위)은 물론, 모기업의 지원없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5위)에도 뒤졌다.
1990년대의 강자 LG는 왜 2000년대 들어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경기를 감독이 지휘하고, 선수가 풀어가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게 구단 운영 시스템이다. 감독을 선임하고 선수단 운영을 뒷받침하면서 지원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게 구단 프런트의 역할이고, 프런트의 정점에 있는 게 구단 사장과 단장이다. 사장과 단장은 구단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팀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리더다. 또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앞을 내다보고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우선 야구를 잘 알고 구단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야구와 구단 운영에 대한 경험,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LG 구단 고위 프런트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LG 트윈스의 전진우 대표이사는 LG전자와 LG상사를 거쳤고, 백순길 단장은 LG전자 출신이다. 2010년 트윈스 대표이사, 단장을 맡을 때까지 야구와 무관한 일을 했다.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구단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사였어야 한다.
이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김영수 전 사장은 오랫동안 그룹 홍보를 맡았던 홍보통이었고, 안성덕 전 사장은 LG솔라에너지 대표이사를 거쳐 야구단에 왔다. 야구 문외한 사장이 야구단을 운영하니 시행착오가 생기고,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현재 두산 대표이사인 김승영 사장은 야구 경기인 출신은 아니다. 1991년 두산그룹의 광고회사인 오리콤에서 일하다가 야구가 좋아 베어스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2002년 말부터 2003년 중반까지 잠시 야구단을 떠나 있었는데, 이 6개월을 빼고는 20년 넘게 베어스에서 잔뼈가 굵었다. 과장으로 시작해 부장, 단장대행, 단장을 거쳐 지난해 사장에 올랐다. 잠시 거쳤다가 떠나곤 하는 옆집 사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경력이다. 선수 출신인 두산 김태룡 단장은 1984년 롯데 자이언츠 기록원으로 시작해 1990년 베어스로 옮겨 1군 매니저, 운영팀장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문 프런트다. 1990년대 LG에 밀렸던 베어스가 2000년대 들어 LG를 넘어선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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