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정태 타격코치는 담담한 목소리로 "구단에 사의를 표명한게 맞다"고 말했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선수로서, 그리고 코치로서 단 한 번도 벗지 않았던 롯데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처지에 목소리에서는 착잡함도 묻어났다. 스포츠조선이 박 코치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한 11일 늦은 밤, 박 코치와 전화통화가 닿았다.
"양승호 감독님께 죄송, 일찌감치 사의 생각하고 있었다."
박 코치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얘기는 "양승호 감독님께 죄송하다"였다. 이유가 있었다.
박 코치는 "올시즌을 앞두고 1군 타격코치로 2군서 올라왔다. 감독님께서 '함께 잘해보자'며 힘을 실어주셨다"며 의기투합 했다고 한다. 박 코치의 말에 따르면 양 감독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양 감독은 박 코치에게 "언젠가는 롯데 레전드 스타가 감독이 돼야할 것 아닌가. 항상 공부하고 준비하라"라는 말을 하며 박 코치가 1군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한다. 올시즌 타순을 조정 등 타격에 대한 전권을 박 코치에게 맡겼었다.
박 코치는 "그런 감독님께서 갑자기 팀을 떠나신다는 얘길 듣고, 나도 일찌감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단, 아시아시리즈까지는 어떻게든 팀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코치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새롭게 부임한 권영호 수석코치, 박흥식 타격코치와 자신의 사퇴는 전혀 별개임을 강조했다. 박 코치는 "10일 요미우리전을 마치고 구단에 말씀을 드렸다. 다른 코치들 선임 소식은 맹세코 몰랐다. 만약 내가 자리에 연연했으면 그 자리에서 내 보직에 대한 말을 꺼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만두겠다는 말씀만 드렸다"고 했다. 박 코치를 만난 이문한 부장도 "박 코치의 말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박 코치는 처음 1군 타격코치 보직을 맡은 지난 1년을 돌이키며 "후회는 없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께서 나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이 지적해주신 것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는 것으로 생각했다. 감사하다"고 했다. 계속해서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는 말을 꺼냈다.
"WBC 코치직도 공부…언젠가는 롯데 돌아올 것"
그렇다면 박 코치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박 코치는 "지금은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향후 행보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확실한건 내 지도자 생활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야구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연수를 통해 이론에 관한 공부도 잊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의미심장한 말도 꺼냈다. 박 코치는 "지금까지 롯데 유니폼만 입었었다. 하지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야구를 더 넓게 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롯데가 아닌 다른 팀에서도 선수들을 지도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코치직도 공부의 연속이다. 박 코치는 얼마전 류중일 WBC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타격 부분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은 바 있다. 박 코치는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WBC 코치직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다. 롯데를 떠나는 것과 상관 없이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류 감독도 "거취 문제는 크게 문제가 없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래도 박정태는 박정태다. 마지막에 나온 얘기는 '롯데'였다. 박 코치는 "결국 내가 돌아올 곳은 롯데 아니겠나. 더 멋진 모습으로 롯데 팬들 앞에 설 수 있게 준비하는 시간을 지금부터 가지려 한다. 팬들께서 박정태를 잊지 않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롯데 선수들은 강하다. 내년 시즌 꼭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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