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을 간절히 원했던 메이저리그 구단은 또 있었다.
시카고 지역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류현진이 북미에서는 아직 스타가 아니지만, 컵스가 그를 잃은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며 '테오 엡스타인 사장과 제드 호이어 단장은 류현진이 즉시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다고 믿고, 그동안 그의 영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포스팅 금액을 2000만달러 이상 적어낸 구단이 LA 다저스 말고 한 팀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컵스일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61승101패를 기록한 컵스는 최근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5위에 머물렀다. 내년 시즌 도약을 노리는 컵스는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의 과제를 선발진 재건으로 삼고 있다. 올해 컵스에서 풀타임 선발로 뛴 투수는 제프 살마자 한 명 뿐이다. 동아시아 지역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컵스 구단과 엡스타인 사장으로서는 류현진에게 눈독을 들일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올해 구단주가 바뀌면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다저스의 강력한 베팅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메이저리그가 평가하는 류현진의 가치가 상상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제 류현진과 다저스는 한 달 동안 계약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
류현진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협상에 나설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협상 스타일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 하더라도 계약이 불발돼 류현진이 내년 다시 한화에서 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류현진 자신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다저스 구단 역시 류현진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년 후 완전한 FA(국내 기준)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시 시도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호의적인 평가를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보라스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류현진의 강점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시장 상황에서 다저스가 불리하다는 점을 내세워 협상의 주도권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시장 상황이란 류현진의 신분과 관련이 있다. 류현진은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뒤 내년 시즌 개막과 함께 25인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요한 것은 류현진이 FA 신분을 언제 얻을 수 있느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6시즌을 채워야 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류현진처럼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다 포스팅시스템 혹은 완전한 FA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구로다는 2010년말 다저스와의 3년 계약이 끝나자 처음으로 FA가 됐고, 올해는 뉴욕 양키스에서 16승을 올린 뒤 3번째 FA를 선언하며 여러 구단으로부터 영입 1순위 투수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말 입단한 시애틀의 이와쿠마 역시 올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시애틀과 다시 2년간 14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텍사스 다르빗슈는 지난해말 6년 계약을 하면서 계약 마지막 해인 2017년은 선수 옵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즉 다르빗슈는 2016년까지 매년 사이영상 투표에서 계약서에 정해진 득표를 할 경우 계약 6년째 FA가 될 수 있다.
보라스도 류현진에 대해 FA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시점을 놓고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지 언론의 보도대로 2년 계약만 하고 FA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아니면 4~6년의 장기계약을 맺어 류현진이 안정적인 빅리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인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2년 계약을 하게 된다면 연봉총액이 1000만달러 미만이 될 것이고, 이후 FA로 대박을 노릴 수 있다.
LA 타임스의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11일 다저스가 류현진의 독점 교섭권을 얻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 류현진은 25세에 불과하다. 다저스와 일단 짧은 기간 계약을 하고,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에 FA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논평을 한 바 있다. 보라스가 류현진이 FA가 될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는 이번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한편, 류현진은 다저스와의 협상을 위해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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