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박명환 이후 6년 만에 투수 FA를 영입했다. 4년 최대 28억6000만원이란 거액에 중간계투 정현욱을 잡았다. 순수 불펜투수 사상 최고액이다. 정현욱에게 이런 거액을 안긴 이유는 분명하다. '마운드 새 판 짜기'의 중심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LG 마운드의 화두는 '뒷문 불안 해소'였다. LG는 김용수 이상훈 이후 이렇다 할 마무리투수가 없었다. 2002년 준우승 이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결정적 이유였다. 그렇게 쌍둥이의 마무리 계보는 끊겼다.
고질병 '뒷문 불안'에 경기조작 파문까지… LG 마운드의 과도기
시즌 전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투수로 외국인선수 리즈를 점찍는 초강수를 뒀다. 160㎞의 강속구를 던지는 마무리투수.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사실 리즈는 경기조작으로 선발투수 2명을 잃은 LG의 분위기 전환 카드에 가까웠다. 순식간에 핵심 전력 둘을 뺏긴 뒤 마운드 구상을 다시 하다 나온 대안일 뿐이었다.
하지만 리즈는 마무리란 보직에 대한 압박감을 못 이기고, 제 풀에 나가떨어졌다. 새로 마무리로 등장한 봉중근의 1이닝 재활등판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시즌 초반 선전도 불가능했다. 또한 올시즌 미운오리에서 백조가 된 유원상을 셋업맨, 혹은 유사시 마무리로 쓰면서 봉중근의 구위를 끌어올려갔다. 그렇게 LG의 새 소방수, 봉중근이 탄생했다.
이처럼 올시즌은 LG 마운드 대변혁의 과도기와 같았다. 부족한 선발진은 새 얼굴을 꾸준히 기용했다. 기존 선발투수인 주키치, 리즈, 김광삼을 제외하곤 사실상 '기회의 장'이었다. 무려 12명의 투수가 한 차례 이상 선발등판했다.
그 결과 왼손 신재웅 이승우 등과 2년차 우완 임찬규 임정우가 가능성을 봤다. 하지만 아직 물음표 투성이다. 내년 시즌 LG 마운드는 여전히 계산이 서지 않았다.
정현욱 영입으로 새 판 짠다, 우규민 2년만에 선발 꿈 이룰까
이런 상황에서 LG 김기태 감독의 마음엔 'FA 정현욱'이 있었다. 내년 시즌 구상의 핵심이었다. 올시즌 유원상-봉중근의 'YB 듀오'에 정현욱이 가세하면, 두터운 필승조가 구축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불펜 강화 차원이 아니었다.
LG는 FA(자유계약선수) 우선협상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발빠르게 내부 FA인 이진영과 정성훈을 잔류시켰다. 재계약이 확정되자 김기태 감독은 백순길 단장에게 "우선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시장에 나온다면 정현욱을 무조건 잡아주십쇼"라고 요청했다.
정현욱이 온다면, 현재 불펜투수 중 최소 1명을 선발로 돌릴 수 있다. 계산이 안 서는 선발진에 칼을 댈 필요가 있었다. 그 적임자는 바로 우규민이다. 전지훈련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확인해야 하지만, 일단 올겨울엔 무조건 선발로 던질 몸상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찰청에서 15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린 우규민은 제대 후 LG 마운드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올시즌 4승4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30이라는 평범하지도 못한 성적을 남겼다.
이유는 분명했다. 시즌 전 보직 확정이 늦어졌다. 경기조작 파문 탓이었다. 뒤늦게 마무리로 몸을 만들었지만, 구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불펜투수로 어설프게 시즌을 시작해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갔다.
우규민은 지난 6월16일 군산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등판 기회를 잡았다. 줄곧 선발로 던진 경찰청 시절을 떠올리며 쉽게 경기를 풀어간 우규민은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데뷔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세 경기만에 선발 기회는 사라졌다. 팀엔 '불펜투수' 우규민이 필요했다.
이제 그는 정현욱 덕에 2년만에 '선발투수 우규민'으로 돌아갈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나태해서는 안된다. 선발로 던질 몸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또다시 불펜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LG 마운드의 새 판 짜기, 정현욱과 우규민에게 달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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