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누가 가고 싶어하겠는가?"
한화가 이번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아무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한화는 FA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큰손'으로 주목받았다. 류현진의 미국 진출로 두둑한 자본을 보장받은 데다 김응용 감독이 전력보강을 위해 FA 2명이 필요하다고 구단에 공개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 때문에 김응용 감독의 심기도 몹시 불편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시즌 구상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생겼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화가 F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현욱과 김주찬을 잡기 위해 나름대로 과감한 베팅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과감한'의 정도에서 한계를 느꼈다. 한화는 "시장이 과열된 탓에 아무래도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치솟았다. '물량공세'로 어떻게든 원하는 선수를 잡을 수 있겠지만 한국 야구판의 미래를 생각하면 FA 시장의 몸값만 키우는 행위에 대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왜곡된 시장 질서에서 발을 뺀을 것이 한화가 FA에서 실패한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또다른 진짜 이유가 있었다. 한화였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선수 입장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또다른 원인을 제시했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먹튀'라는 소리를 가장 듣기 싫어한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먹튀'를 피하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잘하는 법도 있지만 성적이 좋을 것 같은 팀에서 뛰는 것에 염두를 두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FA에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면 '돈값'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데 자신이 새로 선택한 팀이 다음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 묻어가면 '먹튀' 비난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것이다.
이 선수는 "사실 FA 선수들은 옮기고 싶은 팀의 감독-코치와 궁합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엄청난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돈에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내가 선택한 팀이 내년에 성적 향상을 거둘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 하필 FA 자격으로 입단한 팀이 성적 향상에 실패한다면 개인성적이 좋더라도 도매급으로 취급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화의 FA 실패 원인을 바라봐야 한다는 게 선수들의 솔직한 분석이다. 애석하지만 한화는 현재 선수들이 예상하는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이다.
최고의 에이스 류현진이라도 남아 있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이마저도 미국으로 내줘야 할 판이다. 야구판에서 닳고 닳은 전문가인 선수들 입장에서 볼 때는 한화에 입단해봐야 내년에 당장 성적이 크게 좋아질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차라리 선수 멤버 구성이 좋은 다른 팀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정현욱이 LG를, 김주찬이 KIA를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선수들의 시각이다.
선수들은 2004년의 거물급 FA 이동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당시 현대에 몸담고 있던 심정수와 박진만이 삼성으로 옮겼다. 현대는 200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9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3무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대는 이미 2003년 정몽헌 구단주의 사망과 모기업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으로 구단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는 등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반면 삼성은 과감한 투자로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당시 심정수와 박진만은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삼성을 선택했고 2005, 2006년 2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FA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화에게는 미안하지만 최하위를 기록한 2012년보다도 전력이 좋아질 게 없는 상황에서 모험을 선택할 FA는 없었을 것이다. 구단의 무능력도, 선수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게 선수들의 원인 분석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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