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프로야구 선수에게 팀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요인이 무엇일까. 프로선수이기에 먼저 연봉 액수를 따져봐야할 것이고, 베테랑 선수의 경우 계약 연수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선망해온 고향팀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자녀 교육 여건이나 감독과의 인연이 팀을 고르는데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올시즌 16승(11패·평균자책점 3.32)를 거두며 메이저리그 5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거둔 우완투수 구로다 히로키(37)는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이 높은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 잔류를 선택했다.
지난 겨울 LA 다저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구로다는 올해 팀 내 최다승, 최고 평균자책점, 최다이닝투구를 기록했다.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구로다에 앞에는 세 가지 길이 놓여 있었다. 뉴욕 양키스에 남을 수 있었고, 가족이 살고 있는 LA 지역 연고팀이자 소속팀인 LA 다저스가 손짓을 했다. 또 일본 프로야구 시절 친정팀 히로시마 카프가 그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선수생활을 일본에서 마감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번 겨울 일본 복귀 가능성은 애초부터 높지 않았기에, 미국 현지 언론은 LA 다저스행을 점쳤다.
그런데 구로다는 21일(한국시각) 연봉 1500만달러-1년 계약을 제시한 뉴욕 양키스에 남기로 했다. 1975년 생인 구로다 정도의 나이라면 다년 계약이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LA 다저스 등 몇몇 팀은 다년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로다는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우승 가능성에 베팅을 했다. 소속팀 잔류를 결정한 직후 구로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올해 함께 했던 선수들과 내년 시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히로시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구로다는 2008년 33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히로시마 시절 11시즌 동안 103승을 거둔 최정상급 투수였지만,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 FA),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급의 슈퍼스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제 구로다는 다르빗슈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섰다. 2008년 LA 다저스 입단 첫 해 9승(10패)을 거둔 구로다는 2009년에 주춤했던 것을 빼고는 매년 성적이 향상됐다. 2010년부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높였고, 올해 뉴욕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에 기여했다.
연봉 1500만달러는 스즈키 이치로가 받았던 최고 연봉 170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뉴욕 양키스 시절 마쓰이 히데키의 1300만달러는 뛰어넘는 액수다.
내년 시즌 이치로는 400만~500만달러 수준으로 연봉 대폭 삭감이 유력하다. 구로다가 메이저리그 일본인 선수 최고 연봉자가 되는 것이다. 구로다 보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마쓰자카는 올해 1승에 그쳤다. 구로다보다 1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왔는데, 빅리그 통산 50승 고지에 구로다가 먼저 올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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