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사라지고 있다. 우파 편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마운드 이야기다.
미리 선발해 놓았던 왼손투수 5명 중에서 벌써 2명의 이탈이 예견되고 있다. 하나같이 대표팀에서 막중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인물들로 류현진과 봉중근이 그 장본인들이다. 각자 사정에 따라 대표팀 불참 가능성의 정도가 다른데, 류현진은 60~70% 정도 대표팀 불참이 예상되고, 봉중근은 90%이상 WBC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비책 마련이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류현진과 봉중근의 태극마크, 못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입단협상을 벌이고 있는 류현진은 향후 다저스에 입단하게 될 경우 팀 스프링캠프 및 시범경기와 WBC 훈련 및 대회 일정이 겹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내팀 소속이었다면 선수가 아프지 않고, 본인의 의지만 강하다면 소속팀에서 대표팀 합류를 반대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수천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힘겹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한창 훈련과 시범경기를 해야할 시점에 이벤트성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팀을 떠나 있는 상황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일이다. 또 자칫 무리한 투구로 어깨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다저스가 류현진 대표팀 합류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제 막 새팀에 입단하는 류현진으로서는 끝까지 대표팀 합류 의사를 주장할 수는 없다. 이건 류현진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차원의 문제다. 실제로 일본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이치로도 소속팀 뉴욕 양키스의 입지 등을 고려해 이번 WBC 불참의사를 밝혔다. 2006년 제1회 대회 때도 '고질라' 마쓰이가 당시 소속팀 양키스의 반대로 일본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류현진에 이어 또다른 좌완 불참자도 나오게 생겼다.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인데, 지난 2009년 제2회 WBC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봉중근의 경우는 불참가능성이 훨씬 많다. 부상이 꽤 심각하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2004년 수술을 받았던 왼쪽 어깨에 고정했던 핀 2개 중 1개가 느슨해지면서 정상적인 피칭이 어렵다고 밝혔다. 자칫 내년 시즌 초반에 팀에 합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 3월에 열리는 WBC참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1주일의 데드라인, 새 라인업 짤 수 있나
지난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2일 총 28명의 WBC 대표팀 예비엔트리를 발표했다. 이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는 총 13명. 그리고 그 중 왼손투수는 5명(장원삼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박희수)이었다. 이 5명 중에서 최대 2명이 이탈하게 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예비엔트리는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하다. 단, WBC 주최측에 최종 엔트리를 제출하는 30일 이전까지 이야기다. 결국은 앞으로 1주일 안에 2명의 왼손 투수를 새로 대표팀에 발탁하거나 아니면 아예 오른손 투수 2명을 더 보강하는 식의 전략 수정을 해야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다. 대표팀 예비엔트리는 머릿수만 채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KBO 기술위원회와 류중일 감독이 오랜 고심끝에 짠 것이다. 선수 개개인별로 활용 방법이 따로 부여돼 있다. 그리고 이들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도 구상해서 마련한 것이다. 'A선수는 첫 경기 선발, 만약 컨디션 난조시 대안은 B선수. C선수는 이기는 경기 중간 1~2이닝을 막는 용도. D는 마무리. E는 제2경기 선발'과 같은 식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짜면서 엔트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갑자기 여기서 큰 역할을 맡은 2명의 투수가 빠지면 그 큰 '그림'이 휘청이게 된다. 2명의 대체선수가 류현진이나 봉중근의 역할을 100% 이어받을 만한 투수가 아니라면, 결국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현재 왼손 대안으로 권 혁이나 강영식 정우람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류현진-봉중근의 대안으로는 손색이 있다.
남은 기간은 고작 1주일 뿐이다. 이 기간에 류현진-봉중근의 빈자리를 채워줄 만한 투수를 찾거나 아니면 아예 수정된 전략을 짜고, 그에 걸맞는 선수를 발탁해야 한다.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류 감독과 KBO 기술위원회의 고민이 다시 깊어지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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