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라고 목을 죄는 것인가.'
야구계가 서울시의 고척돔구장 활용방안을 두고 들썩거리고 있다.
서울시는 22일 '서울시 2020 체육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세 팀 중에서 한 팀을 고척돔구장으로 유치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당 3개 팀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이들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아마야구를 위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이 정작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자 프로야구계에 떠넘기려고 하니 그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또다른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논란 투성이의 대책을 내놓은 것도 모자라 다소 치졸한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시가 고척돔구장으로 이전할 대상으로 겉으로는 서울 연고 3개팀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넥센 히어로즈가 주요 타깃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에 대해 야구계는 넥센이 다른 2개 팀(두산, LG)에 비해 약한 고리가 많다는 점을 역이용해 목을 죄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3개팀 모두 서울시 소유의 홈구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까지는 똑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넥센은 LG, 두산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고 서울시에게 약점이 더 잡힌 팀이다.
넥센은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갱생하는 팀이라는 것부터가 다르다. 잠실구장에서 각각 23년(LG), 27년(두산)간 뿌리를 내린 2개팀과 달리 목동구장에서 창단한 지 5년밖에 안됐다.
당연히 팬층이 얇을 수밖에 없고, 역사와 재정구조도 열학한 상황이다. 이른바 배후에 막강한 지원군이 없으니 건드리더라도 덜 시끄러울 것이란 생각을 서울시는 할 수 있다.
여기에 넥센이 서울시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은 홈구장 광고권이다. 서울시는 잠실구장 광고사용권을 전적으로 관리하는 반면 목동구장에서는 넥센의 일부 권리를 인정한다.
넥센은 올해 목동구장 사용료와 사무실 임대료, 관중-광고수입 등으로 20억원을 서울시에 냈지만 연간 100억원을 임대-광고권료를 안겨주는 잠실구장 팀에 비교할 처지가 못된다.
모기업 없는 신생팀이라고 서울시로부터 받았던 혜택이 이제는 '덫'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만만한 '약자'가 돼버린 넥센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온갖 설움을 겪고, 피눈물을 흘려가며 간신히 서울 남서부의 대표 구단으로 정착시켰다.
창단 초기만 해도 냉소적이었던 양천구와 소음-야간조명 민원으로 반발했던 목동 주민들도 이제서야 넥센을 홈팀으로 끌어안기 시작했다. 심지어 목동 주민 4000여명이 넥센의 연고지 이전 반대 탄원서를 마련할 정도가 됐다고 하니 넥센이 들인 공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피땀 흘려 간신히 뿌리를 내린 텃밭을 하루 아침에 포기하기란 누가 봐도 가혹한 처사다.
넥센 관계자는 "올해 200억원 정도 예산으로 힘겹게 적자폭을 줄였고, 내년부터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관중석이 2만2000석이나 되는 신축 고척돔구장으로 옮기면 운영비 부담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 관중유치도 힘들어 구단 존립에 영향을 끼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 야구발전을 위한 공개 정책토론회를 열고 고척돔구장 활용방안을 포함한 야구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며 야구발전에 강한 애착을 과시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쇼'를 했거나 시장과 일선 행정 담당자들의 생각은 '따로국밥'이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불거진 고척돔구장 활용 논란만 보더라도 그렇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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