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아빠 노릇좀 제대로 하고 있죠."
KIA 베테랑 투수 서재응은 요즘 바쁘다. 개인 훈련 프로그램도 꽤 타이트한데, 무엇보다 요즘에는 시즌 중 못했던 '아빠 역할'을 하느라 분주하다. 아이들과 함께 대중목욕탕에도 가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서재응은 다시금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강도높은 마무리 캠프에 참여했던 서재응은 당초 예정보다 약 20일 빠른 지난 11일에 귀국했다. 종아리에 가벼운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에서 서재응은 윤석민 등과 함께 공은 던지지 않고 러닝 훈련 위주로 스케줄을 소화했었다. 올 시즌 많이 던진터라 휴식을 통해 체력을 회복하라는 선동열 감독의 배려였다. 서재응은 올해 160이닝을 던졌는데, 2008년 국내무대 복귀 후 가장 많은 이닝이었다. 더불어 지난 2010년부터 3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피로가 누적됐던 상황이다.
하지만 서재응은 이 훈련스케줄마저 열정적으로 수행해냈다. 그러다보니 종아리 근육 쪽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서재응은 11일에 조기귀국하고 말았다. 어차피 마무리 캠프의 목적이 '회복과 기초체력 증진'에 있는 만큼 일본이나 한국이나 큰 상관은 없었다. 그보다는 좀 더 편한 환경 속에서 통증을 없애는 것이 중요했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서재응은 "보름 정도 집에서 휴식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다보니 종아리 통증은 다 나은 상태"라며 몸 상태에 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사실 올해의 서재응은 지금껏 국내 무대에서 던진 이래 가장 안정적이고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비록 두 자릿수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9승(8패)에 평균자책점 2.59로 맹위를 떨쳤다. 타선의 뒷받침만 조금 더 있었으면 15승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8월 26일 한화전부터 무려 4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우며 선 감독이 해태(KIA 전신)시절 달성한 37이닝 연속 이닝 선발 무실점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서재응은 "지난 스프링캠프를 통해 체중관리도 잘 됐고, 마운드에서 조금 더 요령이 붙은 것 같다"며 올해의 성공 비결을 밝혔다. 그러나 '100% 성공'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목표인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재응은 "올해 마운드에서의 느낌을 내년에도 이어가야 한다"며 겨울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서재응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나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밝혔다. 서재응은 "올해는 베스트 멤버로 뛴 적이 거의 없었지만, 내년에는 부상자들이 모두 건강하게 돌아올 것이다. 더군다나 김주찬이 합류하지 않았나. 그 덕분에 내 승리도 늘어나고 팀도 한층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재응은 비시즌의 작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다. 서재응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야구선수도 마찬가지겠지만, 시즌 중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면서 "요즘 시기에나마 아빠나 남편 역할을 조금 만회하는 것 같다. 아들과 대중 목욕탕에도 같이 갈 수 있어서 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서재응에게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피로회복에는 더 좋은 효과를 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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