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1월, 나는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가슴에 윙을 달게 되었다. 세련되고 멋진 스튜어디스로서의 핑크빛 미래만 가득할 줄 알았던 22살의 사회 초년병에게는 우당탕탕 좌충우돌 실수와 난관의 연속이었다.
학생시절에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았던 나에게는 회사에서 지켜야 규율이 왜 그렇게 많은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또한,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하기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새벽 3,4시에 일어나야 하는 새벽비행이 연달아 있을 경우도 있다. 매번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야 했다. 너무 졸려 잠깐 더 잔다는 것이 아차! 헐레벌떡 공항을 뛰어가기 일쑤였다.
신입 승무원시절에는 국내선을 많이 타게 된다. 그렇게 흔들리는 곳에서 일하다보니 비행기멀미에 시달렸다. 속도 안 좋은 기분 나쁜 상황에서 억지로 웃으면서 승객들 앞에 서있으려니 괴로웠다. 한번은 비행기통로를 지나는 데 갑작스런 기체요동(turbulence)로 꽈당! 그만 남자승객의 무릎에 앉아버렸다.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지...그리고 여러 가지 실수도 많이 했다. 흔들리는 비행기 속에서 일하다 보니 승객의 옷에 쥬스나 와인 같은 것도 쏟기도 하고, 승객에게 주문 받은 것을 정신이 없어 깜박 잊고 안 가져다 드리기도 해서 혼쭐이 나기도 했다. 식사서비스 하는데 승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거 달라 저거 달라 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비행 초창기에는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온 몸에 멍이 여기저기에 들어있었다. 정신없이 비행기 속에서 일하다가 이리 꽝 저리 꽝 부딪쳐서 멍이 떠날 날이 없었다.
무엇보다 제일 괴로웠던 것은 발이다. 편한 신발에 익숙했던 학생에서 딱딱하고 불편한 구두를 신고 15시간 아니 20시간 가까이 왔다갔다하니 발이 너무 아파 울고 싶어진다. 발바닥에서 불이 나고 발가락이 죄다 꼬여 들어가는 것 같다. 퉁퉁 부어오르는 내 발가락은 여기저기에 옥수수알이 하나씩 생기고 뒷꿈치는 매번 까지고 새끼발가락은 엄지발가락처럼 뚱뚱해졌다.
게다가 막내 승무원은 화장실청소 담당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때까지 우리집 화장실도 한번 청소해 본 적이 없었던 터이다. 그러다가 다국적 승객들이 사용한 아주 향기로운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했다. 화장실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토한 것을 치우는 것이다. 특히 장마철 국내선 비행은 백발백중이다. 아기 토, 어른 토, 술 먹은 토를 종류별로 치우며 그 냄새를 즐겁게 맡아야 했다.
"아! 너무 힘들다. 어렵다. 발 아프다. 더 자고 싶다. 못해 먹겠다!"
화려하고 멋진 줄만 알았던 스튜어디스의 핑크빛 상상과 달리 나의 생각과 너무도 달라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여러 번 고민하기도 했다.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던 터에 승무원으로 합격시켜만 준다면 모든 힘든 일들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하는 내 친구를 만나면서 긍정으로 마음을 바꾸어나갔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도 경제상황이 안 좋아서 더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을텐데...그래, 인내해 보자! 언젠가 좋은 날이 있겠지!'
나는 서비스직업상 겪는 애로사항과 사회생활의 권태기와 모든 위기를 그렇게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그리고 승무원으로서 18년간 무사고·무벌점으로 근속하였고, 최연소로 선임사무장까지 진급하였으며, 현직 여승무원의 직업을 가지면서 학업에 열중하여 현직여승무원 최초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승무원이라는 불규칙한 직업환경에서 아무도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도 생각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또다시 꿈꾸고 목표했던 교수로서 제 2의 인생을 걷고 있다.
좌충우돌 우당탕탕! 힘들었던 나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인생에서 많은 귀중한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나는 그 가운데 성장하게 되었고 어려움을 깨닫고 인내를 배웠다. 실수도 아픔도 나의 자산이 되어 내 인생의 디딤돌로 또 다른 도전과 밑거름이 되었다.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고 자신감과 당당함을 키워나갔던 아주 중요한 고마운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취업의 계절이다. 나는 이런 나의 힘들었던 고충과 경험담을 학생들에게 자주 얘기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에서 여러 가지 힘듦과 어려움을 인내하지 못하고 한 달 아니 일주일을 못 버티고 일을 그만두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특히나 관광외식 및 서비스업종에서는 여러 가지 비애와 감정노동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의 문제 속에서 졸업반 학생들을 좋은 직장에 취업을 시켜주었는데 인내하지 못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자신을 넘어서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것이다.
참고 인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넘어서고 나면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자신감과 판단력이 생긴다.
젊은이들이여~~ 나의 인생에서 하나님의 선물과 같은 멋진 미래와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고 인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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