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LG 트윈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1타석에 나서 삼진를 기록하고 시즌 마감. 야구가 절실했지만 더이상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방출돼 현역으로 군복무. 그리고 입단테스트를 거쳐 다시 신고선수로 넥센 히어로즈 입단. 히어로즈 2루수 서건창(23)의 이력서를 들춰보면 한숨이 배어 있다. 광주일고 시절 꽤 인정받는 내야수였기에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에서 입학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일찍 프로선수로 인정을 받고 싶었다. 넉넉한 편이 아닌 집안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당연히 지명을 받을 줄 알고 드래프트 신청을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8개 구단 모두 그를 외면했다.
두 번이나 정식선수가 아닌 신고선수로 출발해야 했던 서건창이다. 지인이 다리를 놓아 히어로즈 입단 테스트를 받게 됐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단 테스트를 지켜봤던 김시진 당시 히어로즈 감독은 "다른 선수와는 눈빛이 달랐다. 서건창의 눈에는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그늘졌던 서건창의 야구 야구인생에 봄날이 왔다. 올해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6리, 1홈런, 40타점, 39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고, 시즌 초중반 박병호 강정호와 함께 히어로즈 돌풍을 이끌었다. 도루는 이용규에 이어 2위다. 벌써 달려가고 있어야 할 그 길에, 조금 늦게 들어선 것일지도 모른다.
서건창은 7일 히어로즈 구단과 7700만원에 내년 시즌 재계약을 했다. 올해 그의 연봉은 2400만원. 프로야구 선수 신인 최저연봉이다. 올해보다 5300만원이 올라 연봉인상률 220.8%를 기록했다.
시즌 중에 경기 MVP에 뽑힌 서건창에게 '동료들에게 밥을 좀 사야겠다'고 했더니 "아직 연봉이 적어 밥을 살 형편이 못 된다. 주로 형들이 사주신다"고 했다. 타이틀 홀더는 보통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기념품을 돌리는데, 선배 박병호가 비용을 전부 부담하고 함께 이름을 찍었다. 저연봉 선수 서건창에 대한 선배와 구단의 배려였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히어로즈는 이번에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 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줬다. 박병호는 5일 올해 연봉 6200만원에서 254.8% 인상된 2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선수가 성적을 내면 다른 기업구단 이상으로 대우를 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히어로즈는 박병호와 재계약 때처럼 선수가 생각했던 연봉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서건창은 내심 700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봉 7700만원. 숫자 7일 둘이 들어간 게 심상찮다. 사연이 있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을 때 서건창은 2루수 주전이 아닌 백업이었다. 그런데 주전인 김민성이 개막 직전에 갑자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민성의 부
상과 함께 서건창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4월 7일 개막전 두산전에 9번-2루수로 선발 출전한 서건창은 5회 2사 만루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히어로즈의 6대2 승리를 끌어낸 결승타였다. 신고선수로 입단한 백업 선수가 주전 선수의 공백을 메우고 승리를 이끈 것이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가 서건창에게 올해 행운이 따른 것처럼 내년에도 행운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행운의 숫자 '7'을 두개 붙였다고 한다.
서건창은 정규시즌 신인왕에 이어 일구회 선정 최우수신인상, 201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올시즌 숨가쁘게 달려온 서건창에게 이번 겨울은 온기로 가득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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