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악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돌 음악=일렉트로닉'이란 공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힙합 비트나 팝적인 요소를 가미하던 틀에서 벗어나 R&B 발라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파워풀한 군무로 무장했던 이들이 '새드 감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아윌 비 데어'에서 통통 튀는 매력을 뽐냈던 스피카가 상처받은 여인으로 변신했다. 이들의 타이틀곡 '론리'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여자의 상처와 고독, 방황을 그려낸 노래로 레트로적인 느낌이 돋보인다. 비스트 양요섭은 지난 달 26일 첫 솔로 앨범 '더 퍼스트 콜라쥬'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카페인'을 비롯해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로 채워졌다. 독창적인 군무로 인기를 끌었던 비스트 활동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카라의 '솔로컬렉션'에도 세상과 사랑에 받은 아픔을 표현한 '길티(한승연)', 떠나간 연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R&B넘버 '로스트(니콜)' 등 슬픈 정서가 깔렸다. 4일 새 앨범을 발매한 시크릿 역시 마찬가지. 그동안 시크릿의 음악색은 큐티('샤이보이', '별빛달빛' 등) 혹은 섹시('포이즌', '마돈나' 등)로 구분됐다. 그러나 이번 타이틀곡 '토크 댓'을 통해서는 파워풀한 안무를 배제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하는 여자의 상처를 아련하게 표현했다. 제국의아이들 또한 7일 디지털 싱글 '아리따운 걸'을 발표했다. 이들이 발라드 타이틀곡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아이돌 음악이 달라진 데는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대대로 가을 겨울은 발라드 R&B곡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그래서 발라드 가수들이 득세했던 계절이다. 그러나 아이돌은 대부분 캐럴을 비롯한 시즌송에 집중,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란 개념에 충실했다. 최근처럼 댄스 대신 멜로디와 보컬에 집중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결국 솔로 가수 강세장이 아이돌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아이돌 시장은 죽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아이돌 음악으로는 음원차트 50위권을 노리는 것조차 힘들다. 너무 많은 팀이 비슷비슷한 노래와 춤을 들고 나오니 차별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대중도 싫증을 냈다. 여기에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MBC '나는 가수다' 등 가수 경연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비(非)아이돌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주도권이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더는 안무나 컨셉트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계절적인 요인과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질 때 발라드로 승부수를 던지면, '변신'으로 화제를 모을 수 있다. 또 가창력을 보여주면서 아이돌 이미지를 중화시키고 가수라는 인식을 쌓을 수 있어 고무적이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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