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겨울나기는 처음이다."
K-리그 구단의 감독들은 시즌이 끝나도 분주하다. 전력 보강을 위해 매의 눈으로 이적시장을 주시한다. 살얼음판 전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영입 전략을 세우기는 필수.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여유가 넘쳐난다.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이다. 2012년 K-리그에서 강제 강등의 아픔을 맛보며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아픔이 컸다. 다른 구단들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칠 즈음, 그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들보다 먼저 2013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입대를 앞둔 연령대의 선수들을 모두 체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상주는 이근호 이 호 이재성(이상 울산) 하태균 이상호(이상 수원) 이승현 김동찬 김민식(이상 전북) 김진규(서울) 등 포지션별로 대어급 선수들을 대거 수급했다. 14명의 신병들은 각각 지난 10일과 17일 신병훈련소에 입소했다. 이제 신병들이 훈련소에서 퇴소하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2012년과 비교하면 위상도 달라졌다. 2012년 상주는 유력한 강등후보였다. 걸출한 공격수가 없어 공격력이 리그 최하위 수준이었다. 연패에 익숙했다. 그러나 2013년 2부리그에서 새 출발을 하는 상주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베스트 멤버를 모두 국가대표급으로 꾸렸다. 기존 멤버 이상협에 이근호 하태균 이승현 김동찬 이상호 등이 가세한 공격진은 K-리그 상위권 팀 부럽지 않다. 이 호 김재성 정 훈으로 탄탄한 허리를 구성했다. 최철순 김진규 김형일 이재성이 포진한 수비 라인은 국가대표급, 김호준 김민식이 지키는 뒷문도 든든하다.
박 감독이 시즌 중 6개월간 공을 들인 결과다. 박 감독은 "선수 영입 리스트를 작성해 한 명씩 모두 체크했다. 뽑을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어 좋은 자원을 많이 선발하지 못한게 아쉬울 정도다. 포지션별로 다양하게 선발해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며 만족을 표했다.
일찌감치 선수 구성을 끝내고나니 겨울이 따뜻하다. 박 감독은 "예년같으면 겨울에 무척 바빴을텐데 요즘은 부대에 남아있는 선수들과 훈련을 하는데만 집중할 수 있다"면서 함박 웃음을 지었다. "다른 팀들이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전력하는 것을 보고있으니 흥미롭다." 군팀 감독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각 팀에서 선수들을 수급한만큼 겨울 전지훈련에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상주는 1월 3일부터 통영과 제주에서 내년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박 감독은 "1월 중순에 신병 14명이 팀훈련에 합류한다. 제주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것 신경쓸 일도 없다. 팀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처음 경험하는 따뜻한 겨울나기에 박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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