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한때 라이벌이었다. 김 감독이 현대캐피탈을 맡던 시절이었다. 치열하게 맞섰다. 우승도 주고받았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무게추가 신 감독 쪽으로 확 기울어졌다. 현대캐피탈은 2006~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우승컵을 추가하지 못했다.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동안 신 감독은 5연패를 일구었다. 승리자 신 감독은 돈과 명예를 손에 쥐었다. 최고의 감독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패배자인 김 감독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경질'뿐이었다. 2010~2011시즌이 끝나자마자 지휘봉을 놓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은 러시앤캐시를 맡았다. 하지만 제대로된 팀이 아니었다. 러시앤캐시는 모기업이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관리를 받고 있다. 현재는 러시앤캐시로부터 간신히 네이밍스폰서 금액을 받아 버티고 있다. 선수들은 전임 감독과의 마찰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개막 10일 전에야 훈련에 돌입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올 시즌 초반 라이벌의 희비는 엇갈렸다. 신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승승장구했다.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LIG손해보험을 따돌리며 선두 독주체제를 갖추었다. 김 감독의 러시앤캐시는 추락했다. 양 팀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었다. 삼성화재는 러시앤캐시를 3대0으로 완파했다. 1라운드 전승을 거둔 신 감독은 "(러시앤키시가)계속 지기만 하면 팀 전체에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김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 아직 때가 아니라면서 웃을 뿐이었다. 3라운드 즈음에 들어서면 팀이 달라져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의 공언에 많은 이들이 웃었다. 그저 김 감독의 부질없는 바람으로 치부했다.
2라운드 중반 이후 러시앤캐시는 이변을 일으켰다. 개막한 뒤 8연패했던 러시앤캐시는 8일 홈에서 KEPCO를 만나 승리를 거두었다. 반전의 신호탄이었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을 잡았다. 19일 LIG손해보험에게는 0대3으로 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4경기에서 3승1패를 거두면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박상하와 신영석의 블로킹이 살아났다. 리베로 이강주와 레프트 김정환이 지키는 수비 진영이 안정을 찾았다. 세터 김광국, 송병일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다양하면서도 안정된 볼 배급을 선보였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바카레 다미까지 한국 코트에 완전히 적응했다.
러시앤캐시로서는 다음 경기가 중요했다. 시즌 전체의 분수령이었다.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삼성화재였다. 그것도 원정경기였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김 감독은 겁을 먹지 않았다. 신 감독과는 무수히 많은 경기를 했다. 신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정답은 하나였다. 삼성화재와 신 감독에게는 신경쓰지 않았다. 자기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내는데 집중했다. 맞아떨어졌다. 러시앤캐시는 22일 삼성화재를 3대0으로 눌렀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는 2011년 2월 이후 22개월만에 신 감독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승리를 확정짓던 순간 김 감독은 선수들을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김 감독과 신 감독의 라이벌 대결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렸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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