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대풍수'의 핵심 여성 캐릭터의 양축인 봉춘 역의 강경헌과 수련개 오현경. 서로 복수의 칼날을 갈며 고려와 조선의 권력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고의 무당인 국무 자리를 놓고 두 여배우의 차가운 만남과 대립은 화제를 모으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수련개에게 빼앗긴 국무 자리를 찾기 위해 벌이는 봉춘 역 강경헌의 독기 어린 연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원수 사이인 강경헌과 수련개 역의 오현경이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라는 점이다.
강경헌은 "원래 원수 사이를 연기할 때는 실제로 친하게 지내지 않거나, 엄청 친하게 지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데, 현경 언니와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다. 대선배님인데 언니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다. 덕분에 리허설도 그렇고, 좋은 호흡으로 연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촬영 분위기도 너무 좋다"라고 전했다.
후배 챙기기에 알뜰한 오현경과 선배 잘 모시기로 유명한 강경헌의 만남이니 둘의 궁합은 대결구도라고 해도 최고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강경헌은 지난해 MBC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서 함께 연기한 선배 신애라를 응원하기 위해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훈훈한 동료애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풍수'의 연출 이용석 PD의 인성을 중시하는 캐스팅에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이 네번째 사극이라는 강경헌은 알고보면 준비된 사극배우이기도 하다. 인기 사극 '대왕 세종', '제국의 아침' 등에서 이미 좋은 연기를 선보였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데뷔 작품인 오태석의 연극 '부자유친' 역시 사극이었다. 그만큼 사극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그리고 그때 선배들의 권유로 배운 한국무용이 강경헌만의 중요한 사극 연기의 자산이 됐다.
강경헌은 "한국무용을 통해 호흡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연기의 기초를 쌓을 수 있었고, 지금은 사극연기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한복을 입었을 때 정확히는 알 수 없는 그 선이 한국무용을 하면서 익힌 자세를 통해 살아난다. 정말 한국무용 배우길 잘했다"라며 사극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KBS 슈퍼탤런트 1기로 데뷔한 후 우연히 배운 승마 역시 사극에 적응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여성 캐릭터가 실제 말을 타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언제나 배우로서 준비돼 있기 때문에 제작진에겐 항상 큰 힘을 준다. 그렇다고 고단한 사극 촬영이 그녀를 비켜가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다른 사극 캐릭터보다 더 힘든 부분이 많다. 특히 추운 날씨에도 두꺼운 외투는 커녕 항상 얇은 한복을 입고 등장해야 하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강경헌은 "요즘 같은 한파에도 캐릭터 때문에 항상 시스루 같은 얇은 기생 옷을 입고 출연해야 해서 정말 춥다. 입이 저절로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서 정말 고역이다. 그래서 연기 들어가기 전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을 놓아버린다. 그래야 추위 속에서도 떨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강경헌의 열정은 뜨겁다. '대풍수'의 봉춘 캐릭터 출연 제의를 받고 다른 작품을 모두 뒤로하고 8개월을 기다릴 정도였다. 그동안 사극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풍수와 새로운 사극 장르에 대한 도전, 봉춘이란 매력적인 캐릭터가 강경헌을 '대풍수'로 이끈 것이다.
강경헌은 "무녀이자 대모로서 왕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봉춘의 매력에 푹 빠졌다. 풍수와 역사라는 새로운 사극이 마음을 끌어서 풍수지리 책도 열심히 읽었다. 몸은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라고 '대풍수'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였다. 실제로 인터뷰 중 생활 속 풍수를 술술 이야기 하는 게 이미 '대풍수' 속 봉춘과 하나가 된 듯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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