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배울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한국축구사에 가장 찬란했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달성한 감독에게는 더욱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홍 감독은 10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클럽 안지 마하치칼라 합류를 위해 아랍에미리트로 떠났다.
홍 감독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유럽 사람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 감독의 유럽행은 일반적인 연수와는 다르다. 그는 안지와 정식으로 계약한 코치는 아니지만, 코칭스태프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유럽의 선진 코칭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 홍 감독은 안지가 자신의 코치 연수 기준을 충족시켜준 유일한 클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지의 모든 훈련과 경기를 같이 할 수 있다. 훈련 전후와 시합 전후 미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이 과정에서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하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볼 수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좋은 기회를 준 히딩크 감독에 대한 감사를 빼놓지 않았다. 사실 시즌 중인 팀에 외국인, 그것도 아시아에서 온 지도자에게 모든 과정을 개방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홍 감독은 "안지팀 말고도 다른 몇몇 팀과 면담을 했다. 그러나 역시 시즌 중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더라.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잘 알고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줬다.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A대표팀 감독설에 대해서는 정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안지에서 돌아온 후 계획에 대한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 않겠다'는 말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극비리에 홍 감독에게 A대표팀 감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홍 감독도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 감독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남겨둔 상태에서 이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 얘기가 나오는 게 부담스럽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최강희 감독님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돌아오는 시기가 최종예선이 진행되는 5월이라 괜한 오해를 살까 걱정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 때문에 배움을 멈출수는 없다"고 했다.
홍 감독은 마지막으로 도전의 의미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금의 경험만으로도 어느 팀에서 감독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발전된 사람이 되고 싶다"며 "당장 무엇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안지행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다"고 했다. 홍 감독은 구단의 아랍에미리트 전지훈련 캠프로 합류한 뒤, 2월 열릴 하노버 96과의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유럽코치로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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