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천석(23·포항)의 일본 진출기는 초라하다.
2011년 7월 숭실대를 중퇴하고 빗셀 고베에 입단할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홍명보호의 기대주로 이름을 막 알리기 시작할 때였다. 1m90의 장신에 골 결정력까지 갖춘 공격수였으니 기대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고베 입단 뒤 8월 한 달 간 리그 세 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정강이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011년 9월 오만과의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우즈벡전이 배천석의 '올림픽 스토리'의 마지막이었다. "우즈벡전을 마치고 정강이가 아파 정밀진단을 받았는데, 피로골절로 판정 났다. 두 달 정도 상태를 지켜봤지만, 결국 시즌을 마친 뒤 양 발 모두 수술을 했다. 2012년 1월 킹스컵을 앞두고 코칭스태프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이미 수술 뒤였다."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복귀전이 고별전이 됐다. 배천석은 지난해 6월 6일 오미야 아르디자와의 리그컵 경기에 후반 교체 출전했다가 6분 만에 퇴장을 당했다. 지난 시즌 유일한 공식 경기 기록이다. "당시 팀을 지휘하던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감바 오사카 시절 국내 선수를 중용했었다. 때문에 기대를 어느 정도 품고 있었고, 오미야전에서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첫 경기서 교체 출전하자마자 퇴장을 당하니 어떠했겠는가.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배천석의 일본 진출기는 상처로 얼룩져 있다.
친정팀 포항은 배천석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배천석 기살리기에 나섰다. 황선홍 감독 뿐만 아니라 포철공고 동기생 고무열 이명주까지 배천석의 든든한 '백'을 자처했다. 배천석은 "자신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날 다시 불러준 포항에 감사하고 있다. (고)무열이와 (이)명주가 내가 떠나 있는 사이 팀에 안착한 것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2년 간 지긋지긋하게 따라 다녔던 부상 문제에 대해서는 "말끔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감독님이 수비 라인을 따라 움직이고 순간적으로 공을 주고 받는 움직임을 강조하신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플레이인 만큼 해낼 자신이 있다"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배천석은 런던행의 꿈과 해외 진출 성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대신 아픈 만큼 성숙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올림픽 전후의 기억은 신경쓰지 않는다. 포항에서 프로 선수로 내 존재를 알리는게 우선이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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