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차장급 이상 간부들과 상견레를 갖고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정몽규 시대'의 과제, 두 번째 이야기를 담았다.
축구 외교력 강화
'우물안 개구리' 탈출이 급선무다. 한국 축구의 외교력은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FIFA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집행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런던올림픽 직후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저자세 외교가 한국 축구의 현주소였다.
말로만 '아시아의 맹주'다. 힘은 하나도 없다. 늘 '중동텃세' 운운만 한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싫든, 좋든 중동 국가들과 끈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만 '독불장군'식이다. '왕따'로 전락했다. 외교력 강화는 정 회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정 회장이 국제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프로축구연맹 총재 시절 AFC 프로리그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수시로 회의에 참석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에 유학해 유창한 영어실력도 자랑한다. 하지만 홀로 해결할 수 없다. 국제 분야의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박지성(QPR)과 이영표(밴쿠버) 등 국제적으로 인지도 높은 축구 선수를 외교 인재로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외교력은 장기적인 계획과 인내가 필요하다. 국제 행정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인재가 늘어날 때 한국 축구의 경쟁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투명한 행정과 인프라 구축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첫 번째 덕목이다. 축구협회는 어느 조직보다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투명한 행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약 1억5000만원) 지불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축구협회의 오점이었다. 지난해 10월 위로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해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 하지만 명쾌한 해명도 없다. 뼈를 깎는 자성없이는 미래는 없다. 자체 감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또 건전한 회계 관리를 위해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 일반 축구팬들도 축구협회 돈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러면 의혹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축구 인프라 구축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정 회장은 연간 약 1000억원의 축구협회 예산을 3000억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축구협회장에 당선되면 축구 산업 자체를 키우는 것이 내 역할이다. 축구협회 연간 예산을 1000억원에서 2000~3000억원을 키울 것이다." 공약 키워드였다.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축구 선수 증가는 필수다. 그래야 저변이 확대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인프라 구축에 더 큰 관심을 보내야 한다. 한국 축구 백년대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안목이 요구된다.
절실한 규정 개혁
축구협회장 선거가 끝난 지 하루가 흘렀지만 여진은 크다. 비대한 대의원 권력을 뿌리뽑지 않고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24명이 뽑는 비상식적인 축구협회장 선거 제도는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제점도 공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방 시도협회와 연맹 인사들을 만났을 때 선거제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의원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총회 승인이 필요하다. 대의원들과 상의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상의만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축구계 전반의 목소리가 선거에 반영될 수 있다. 금권 선거의 유혹도 사라질 수 있다. 진정한 축구협회의 개혁을 바란다면 선진형 규정 개혁도 수반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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