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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유도 최연소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한 그는 최고의 별로 우뚝 선 순간 무릎을 꿇었다. 세상을 모두 업어친 그였지만 단 두 여자 앞에서는 '순한 양'이었다. 며칠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완성한 사랑의 편지에 두 여자가 웃었다. 김재범의 달콤한 사랑 고백에 시상식장은 로멘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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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은 지난해 열린 제17회 코카콜라 체육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선수권 2연패를 했고,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했어도 최우수상을 못받았다." 이를 더 악물었다. 그러나 올림픽 직전에 왼쪽 팔꿈치와 왼무릎을 다친데 이어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일본 전지훈련에서 왼쪽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통 아프다던 소리를 하지 않았으나, 정도가 달랐다. 가족들과의 통화에서 "너무 아프다. 왼쪽 손가락에 감각이 없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였다. 가족들은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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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의 '진짜' 주인공은 김재범이 아닌 그의 '장모님'이었다. 수상 소감을 마친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더니 가슴 속에 고이 접어 두었던 한 장의 편지를 꺼내 들었다. "제가 3월 23일 결혼을 합니다. 아직 프로포즈를 못해서 오늘 준비했습니다." 체육대상의 하이라이트인 최우수선수상 수상자의 깜짝 이벤트였다. 세상에 단 한 번 뿐인 프로포즈에는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달콤한 사랑의 메시지는 예비 신부가 아닌 '장모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김재범은 "장모님, 새로 들어온 아들입니다. 착하고 예쁜 딸을 제게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많이 부족한 사위입니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마음 아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죄송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사랑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두겠습니다. 믿음 지키면서 살겠습니다.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못했는데 대신 받아주세요"라고 고백했다. 김재범은 '장모님'의 사위 사랑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보였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았다. '장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다보니 문득 장인어른이 떠 올랐나보다. "운동하는 저를 위해 울면서 기도해주시는 분이 장모님이십니다. 하지만 장모님! 아버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님께 드릴 사랑까지 저에게 주셔서 질투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위의 깜찍한 당부에 '장모님'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어 발걸음을 옮긴 김재범은 세상을 업어친 두 손으로 꽃다발을 든 채 무릎을 꿇었다. "사랑합니다." 마지막 고백과 함께 '장모님'을 따뜻하게 안았다. 객석을 메운 동료 체육인들은 김재범의 너무나 멋진 고백에 아낌 없는 축하 박수를 건넸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죽기살기로 운동했더니 은메달이었다. 런던에서는 죽기살기가 아니라 죽기로 운동했더니 금메달을 땄다." 런던올림픽에서 나온 수 많은 수상 소감 중 최고의 히트작을 만든 주인공도 역시 김재범이었다. 유도 못지 않게 말도 유창하게 하는 그가 입을 열면 '어록'이 된다. 체육대상에서도 '김재범 어록'이 다시 빛을 발휘했다. "죽기로 해서 금메달 땄는데 더 열심히 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 유쾌한 입담도 최우수선수상급이었다. 김재범은 "그랜드슬램을 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뤘다고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서 또 다른 도전을 외쳤다. 그의 시선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해 있었다. '다음 올림픽 출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쾌한 입담을 또 뽐냈다. "사람들이 '다음' 올림픽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이번' 올림픽이다. 금메달을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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