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한국에서 테크니션이라 하면 반쪽짜리 선수 이미지가 있다.
화려한 기술에 비해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문식이 그랬고, 윤정환, 고종수가 그랬다. 그래서 인지 호불호가 분명하다. 기술을 중시하는 감독에서는 날개를 펴는데, 수비를 강조하는 감독 밑에서는 제한된 출전기회를 부여받는다.
황진산(24)은 대전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기술만큼은 누구에 뒤지지 않는다. 고교시절 울산에서는 꽤 알아주는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껍질을 깨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지난해는 악몽에 가까웠다. 부상과 부진이 반복되며 9경기 출전에 그쳤다. 기술을 강조하는 왕선재 감독 아래 있던 2011년 31경기에 출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황진산은 "작년에 너무 부진했다.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미안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더 성숙해지고, 더 다부진 모습이었다.
새로 부임한 김인완 감독도 많이 뛰는 선수를 선호한다. 황진산에게 위기가 될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는 '수비력 부족'이라는 자신의 단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성장하려고 노력 중인데 잘 안된다. 그래도 공부도 하고 더 많이 하고 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변신에 성공할 것이다"고 했다.
황진산은 어느덧 최선참이 됐다. 2009년 울산에서 대전으로 이적한 황진산은 현재 대전 유니폼을 가장 오랫동안 입은 선수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황진산은 사인볼을 줄때도 꼭 서포터스쪽으로 찬단다. 팬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유난히 선수 변동이 많은 올해는 마치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래도 선수들과 친해지며 알게모르게 리더십을 발휘중이다. 황진산은 "앞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뒤에서 묵묵히 돕고 있다"며 웃었다.
황진산은 대전에서의 4년 동안 '지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안져야겠다는 근성이 늘은 것 같다. 약체이다 보니까 딴 팀보다 많이 져서 승부욕이 생긴거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승부욕을 바탕으로 꼭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황진산은 "작년에 부진했던 면까지 합쳐서 클래스를 높이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팬들한테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 공격포인트에 대한 욕심은 당연하고 기복이 심하지 않고 좋은 면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단계 도약하는 황진산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구마모토(일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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