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을 하루 앞둔 5일 밤(현지시각)은 조용했습니다. 최강희호가 숙소로 쓰고 있는 영국 말로우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는 선수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다들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손님들도 많았기 때문인데요. 이날 대표팀 숙소에는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황보관 기술위원장 등이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축구협회의 고위 임원이 있으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요. 크로아티아전을 하루 앞둔 전날 대표팀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최강희호 어젯밤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동국 "어깨동무라도 하고 사진 찍어야겠어요"
이번 평가전 최대의 화두는 이동국과 박주영의 공존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해 8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후 6개월만에 만났는데요. 그동안 삐걱대던 이동국과 박주영 조합이 이번에는 잘 맞아떨어질지가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물론 그에 관한 질문들과 기사들이 쏟아졌는데요. 이동국은 영국에 들어오자마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 이상 공존이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바깥에서 원하는 그런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존에 대한 기사가 멈추지 않자 이동국은 자신의 SNS을 통해 '아니 어깨동무라도 하고 다녀야 하나'라며 애교섞인 한탄을 하기도 했지요.
취재진들은 5일 오후 훈련이 끝나고 이동국에게 "어깨 동무는 했냐"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이동국은 웃으면서 "아까 보지 못했느냐? 훈련 끝나고 선수들이 다같이 어깨동무하면 파이팅할 때 내 옆에는 박주영이 있었다"고 받아쳤네요. 역시 취재진을 다루는 법에서도 노련미가 느껴지네요.
박주영의 두마디
이동국이 공존 문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반면 박주영은 언제나 묵묵부답입니다. 어찌보면 박주영이 전혀 반응을 하지 않기에 여러가지 소문들이 확대재생산되어 아쉬운 감도 있는데요. 이번 크로아티아전을 준비하면서 박주영이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는 단 2마디에 불과합니다. "괜찮아요"와 "잘하고 있어요"인데요. 그래도 취재진들은 박주영에게 그정도의 말이라도 끌어낸 것이 어디냐며 애써 위안을 삼는 모습이네요. 박주영 선수. 다음에는 한 마디만 더 해주길 부탁할께요.
선수들 식단 살펴봤더니
취재진들은 선수들이 먹는 밥을 먹게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최강희 감독과 곽태휘의 공식 기자회견이 5일 오전 11시에 있었는데요. 한국과의 시차를 고려해 오전으로 잡았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취재진들과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요. 선수들이 먹는 밥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해외 원정을 갈 때마다 파주 NFC의 김형채 조리장이 동행하는데요. 김 조리장은 항상 이틀 먼저 들어가 그곳 주방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고단백 저칼로리의 식단을 내는데 이날은 두부 구이와 한국식 고명을 넣은 케밥, 된장국 등이 있었습니다. 빡빡한 취재일정으로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끼니를 떼웠던 취재진들은 오랜만에 먹는 한식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데요. 너무 맛있어서 과식을 했던 탓일까요. 일부 취재진들은 저녁 내내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네요.
역시 짐싸는데는 귀신
앞서 언급한대로 선수들은 5일 밤 방에 들어가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기 전날인만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등 긴장을 낮추는 모습이었는데요. 또 하나의 특명이 있었습니다. 바로 '짐싸기'였는데요. 크로아티아전은 6일 오후 2시에 열리는만큼 숙소에서 일찍 나와야 합니다. 짐을 미리 싸놓지 않으면 자칫 아침에 출발하는 데에 지장을 줄 수 있는데요. 원정 다니는 것이 일인 프로선수들인만큼 귀신처럼 빠르게 짐을 꾸렸다고 하네요.
말로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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