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위캔척'이 지난 17일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는 척'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컨셉트의 코너다. 개그맨 최효종이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박소영, 홍순목, 정해철이 이것을 따라해 보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방송 다음날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락내리락하며 화제를 모았다. 학교나 직장에서 한동안 이 코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올 듯하다. 이제 막 시작한 코너 '위캔척'이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위캔척'은 성공적인 개그 코너가 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최효종의 코너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보는 듯하다.
우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첫 방송의 소재로는 당구와 축구, 네일아트가 쓰였다. 일반적으로 당구와 축구는 남자는 잘 알지만 여자는 잘 모르는 분야다. 네일아트는 그 반대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는 척'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컨셉트에 적절한 소재를 골랐던 덕분에 남성 시청자는 당구와 축구 얘기에, 여성 시청자는 네일아트 얘기에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게다가 '위캔척'은 이 이야기들을 뻔하게 풀어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축구를 '아는 척'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누구나 아는 유명 축구선수인 메시나 호날두를 예로 들었다면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최효종은 축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팔카오, 발로텔리, 클로제 등을 언급하면서 축구를 '아는 척'하는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했다. 개그의 '수위 조절'에 성공했던 셈이다.
둘째는 사회 풍자적 내용을 담았다는 점. 당구와 축구에 대한 얘기를 할 땐 남성들에게 무시당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졌다.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충을 겪는 여성들이 많다. '위캔척'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시청자들을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최효종의 얘기를 잘 곱씹어보면 '위캔척'의 컨셉트 자체가 사회 풍자적 요소를 지녔단 사실을 알 수 있다. 최효종은 코너를 시작하면서 "하루는 24시간인데 우리는 알아야 할 것도 잘해야 하는 것도 너무 많죠?"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이어 "저와 1주일에 5분만 투자하면 뭐든지 잘 아는 척, 잘할 수 있는 척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뭐든지 잘해야 하는, 또는 뭐든지 잘하는 척 해야 하는 우리 사회를 절묘하게 꼬집은 말이 아닐까?
셋째는 개그의 호흡이 간결하다는 점이다. '위캔척'은 쓸 데 없는 얘기로 시간을 질질 끌지 않는다. 쉽고 간결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최효종은 진지하게 생소한 용어를 설명하다가도 "됐고, 그냥 외우세요!"라고 소리친다. '위캔척'은 한 코너를 1교시, 2교시, 3교시로 나누고, 각 교시를 초급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 호흡을 더욱 간결하게 했다.
물론 이제 첫 방송이 전파를 탄 이 코너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 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잘 잡은 만큼 '위캔척'이 인기코너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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