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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장 NC, 이태양-이재학 잠수함 듀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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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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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홈 첫 승을 이끈 승리투수의 소감이다. 무슨 뜻이었을까.

NC의 사이드암스로 이태양(20)은 3년차 시즌에 데뷔 첫 승을 맛봤다.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첫 승의 감격을 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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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첫 승도 아니다. 올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한 NC의 홈 첫 승리였다. 마산구장 1호 승리투수라는 영광을 안았다.

경기 후 이태양을 만났다. 소감을 얘기하던 도중 이태양은 "사실 특별지명 얘기가 나올 때 '내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태양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특별지명을 통해 NC에 입단했다. NC는 창단 특전으로 기존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인 외 1명씩 지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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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고를 졸업한 이태양은 지난 2011 신인드래프트서 넥센에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지명됐다. 고교 시절부터 좋은 잠수함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드래프트 순번 역시 상위 순번이었다.

하지만 1군 기회는 많지 않았다. 데뷔 시즌 5경기서 5⅔이닝, 지난해 4경기서 3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2년차 시즌에 거둔 1패 1홀드가 성적의 전부였다. 지난해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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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은 NC가 기존 구단에서 선수를 지명한다는 소식에 들떴다. 아무래도 신생팀에선 보다 빨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군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않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가 지명되면 어떨까'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처럼 지명이 됐다. 다른 좋은 선배들이 많았지만, NC는 미래를 선택했다. 이태양은 NC에 온 뒤 또다른 투수가 됐다. 최일언 코치와 상의 끝에 싱커를 새로 장착하기로 했다. 잠수함 투수에게 싱커는 큰 힘이 된다. 아무래도 사이드암투수의 공 궤적이 잘 보이는 좌타자를 상대할 효과적인 무기가 생긴 것이다.

첫 승을 합작한 포수 김태군은 이태양의 싱커가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무조건 낮게 가자"고 맞췄는데 공을 던질수록 흘러나가는 싱커가 일품이었다. 타이밍을 뺏는 커브와 함께 두 구종을 결정구로 활용했다. 리드한대로 공이 들어오니 포수도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선수도 사람인데 코칭스태프와 궁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태양은 NC 이적 후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태양은 선발로테이션 합류도 불투명했다. 5선발 후보로 점쳐졌지만,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차 전지훈련 막판에 팔꿈치 통증으로 귀국했다.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2사 2,3루서 LG 오지환을 내야 땅볼 처리한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웃으며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11.
모처럼 기회가 오나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1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5선발 노성호가 첫 경기에서 난조를 보이자 일찌감치 선발 기회가 왔다. 이태양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NC가 신생팀 혜택인 '외국인선수 3명 보유'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것으로 믿었다. 아담, 찰리, 에릭으로 이어지는 'ACE 트리오'가 강력한 1~3선발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 것. 하지만 NC의 창단 첫 승, 그리고 홈구장 첫 승 모두 토종 투수가 차지했다.

창단 첫 승의 주인공인 이재학 역시 사이드암투수다. 2010년 두산에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됐다 지난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2차 드래프트는 보호선수 40명을 제외하고 모든 구단이 3라운드씩 지명하는 새로운 제도.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를 본따 만든 것이다.

이재학은 부상으로 2011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두산에서 키우던 유망주였지만, 선수층이 두터운 탓에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부상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NC는 부상을 완전히 털어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김경문 감독이 잘 아는 투수이기도 했다. 그 결과 이재학은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 남부리그에서 다승(15승) 평균자책점(1.55) 1위에 올랐다. 속된 말로 리그를 '씹어먹는' 수준이었다.

이재학 역시 2차 드래프트가 자신의 야구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비록 1년간 2군에 머물렀지만, 그만큼 칼을 갈았다. 그리고 2군 투수가 아닌, 1군 투수로 거듭났다.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역사적인 NC의 첫 승이었다.

신생팀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이재학과 이태양은 정확히 그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수많은 선수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프로야구다. 신생팀 NC를 두고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흥행 문제도 얘기한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가 나오는 게 확실한 흥행 카드 아닐까. 기회의 장에서 새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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